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세종의 300㎞ 구간을 달렸다. 하이브리드차답게 연비가 훌륭했다. 달리기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디자인도 빠지지 않았다.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차는 에코모드와 스포츠모드의 두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하이브리드차라고 하면 으레 ‘답답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오히려 이 차의 장점은 스포츠모드에 있었다. 기어레버를 옆으로 젖히면 스포츠모드가 된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1.6리터 GDI 가솔린 엔진과 6단 DCT, 전기 모터로 구성돼 있다. 엔진 최고 출력은 105마력으로 높지 않지만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43.5마력의 전기 모터가 함께 돌아 최대 141마력을 낸다. 덩치는 아반떼 만한데 출력은 쏘나타에 조금 못 미친다. 힘이 좋을 수밖에 없다.
원래 평소에 신사 같은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서운 법이다. 순식간에 시속 130㎞까지 치고 올라간다. 변속도 아주 부드럽게 이뤄진다. 이 속도에서도 5단을 유지하며 힘을 더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코너를 돌아도 휘청거리지 않는다. 현대차 설명에 따르면 배터리 위치를 낮춘 저중심 설계로 인해 회전 성능을 높였다. 처음 이 차에 달린 D컷 운전대를 보고 코웃음을 쳤던 것이 생각나 머쓱해졌다. 운전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다소 딱딱한 시트도 몸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줬다.
에코모드에서는 기대한 만큼의 가속력과 기대 이상의 연비를 실현할 수 있다. 1~3단까지는 변속충격이 있다. 순간적인 힘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기대한 만큼이다. 아반떼 AD와 비슷했다. 배기량도, 차체크기도 아반떼AD와 거의 비슷하니 당연하다.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마다 뒷차들의 크락션 세례를 받았다. 하이브리드차 또는 전기차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전기모터 소리가 났다. 저속에서는 ‘위잉’하는 전기모터 소리가 들린다. 고속에서는 이 소리가 좀 더 작게 들린다. 얼핏 들으니 핸드폰 진동소리 같았다. 고속도로에서 한번씩 핸드폰을 쳐다보게 됐다.
연비는 더할 나위 없었다. 서울~세종은 에코모드로, 세종~서울은 스포츠모드로 달렸다. 세종에 내려갈 때 연비는 21.9㎞/ℓ가, 서울로 올라올 때 연비는 25.2㎞/ℓ가 나왔다. 특별히 연비주행을 해야겠다며 조심스럽게 운전하지는 않았다. 연비운전에 자신 있는 운전자라면 이 차에 내장된 여러 연비 보조 시스템을 통해 이 이상의 연비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오닉에는 관성주행안내 및 배터리 충방전 예측관리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관성으로 주행해도 된다고 안내해준다. 차가 알아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미리 파악해 배터리 잔량을 적당한 수준으로 관리해준다.
내려서 보니 디자인이 독특했다. 헤드라이트와 연결된 헥사고날 그릴의 하단부가 날렵하게 깎여 있다. 안개등 부분이 두터워지면서 전체적인 인상이 큼직해보인다. 아반떼 AD와 차체 크기가 거의 비슷한데 앞면부만 보면 아이오닉이 훨씬 커보인다. 안정감을 주는 디자인이다. 보닛 가장자리로 뻗은 직선 덕분에 보닛도 짧아 보이지 않는다.
후면부도 전면부와 마찬가지 느낌이다. 아래쪽은 두텁고 위는 날렵하게 디자인됐다. 크기에 비해 확실히 커보인다. 뒷유리가 스포트백 형태로 떨어지면서 이 같은 느낌을 더한다. 앞바퀴 휀더라인이나 어깨선 모두 볼륨이 과하지 않다. 창의 뒤쪽 맨 끝 C필러의 모양도 그렇다. 사다리꼴 모양으로 위에서부터 안정적으로 내려오는 디자인이다. 아래서부터 날렵하게 꺾여 올라가 중간에서 매듭을 짓는 아반떼와 비교하면 확실히 든든해보인다.
차의 가격은 △I 트림 2295만원 △I+ 트림 2395만원 △N 트림 2495만원 △N+ 트림 2625만원 △Q 트림 2755만원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또는 K5 하이브리드를 고려하고 있다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도 꼭 비교대상에 넣길 바란다. 출력이나 크기는 조금 뒤지겠지만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