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원장은 이날 전경련 CEO 하계포럼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시가총액과 국가 주력산업 분포 등에서 미·중·일 등 경쟁국과의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안정적 경영환경을 조성해 장기적이고 혁신적인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경연이 2005년부터 10년간 블룸버그가 발표한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05년 8개에서 올해(7월 22일 기준)는 4분의 1 수준인 2개(삼성전자, 한국전력)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중국(홍콩 포함)은 같은 기간 15개에서 60개로 4배 늘었다. 일본은 2005년 57개에서 올해 33개로 줄었으나 2010년 이후 그 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2012년 이후에는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더욱이 이들 500대 기업 시가총액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줄어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그만큼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대표기업 육성이 지지부진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대표기업들의 산업분포 역시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점도 문제라고 권 원장은 지적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500대 기업을 산업별로 분류한 결과 한국은 자동차 1개사(현대차), 전력 유틸리티 1개사(한전), 반도체 1개사(SK하이닉스), ICT·사무용전자제품 1개사(삼성전자)가 이름을 올렸다.
자동차, 은행, 전자장비, 제약산업 등 17개 산업에 걸쳐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일본이나 자동차, 은행, 보험, 인터넷 서비스 등 16개 산업이 포함된 중국(홍콩 포함)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권 원장은 이어 “우리 기업들이 성공적인 사업재편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국식 오너 경영의 장점을 재조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너 있는 기업일수록 장기투자, 위험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우리 산업계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할 만한 첨단제품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으냐고 반문하면서 권 원장은 삼성의 반도체 역시 오너의 장기적 안목에서 나온 성공 사례라고 해석했다.
권 원장은 또 “인수합병 리스크가 큰 IT업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도 차등의결권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리스크가 큰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며 “경영환경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방어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헤르메스나 블랙스톤 등 대표적인 벌처펀드들이 우리나라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엘리엇 사태가 조만간 현실화될 우려가 크다”며 “대비책 마련을 위해 조속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