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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일변도 ‘의원입법’ 졸속 추진에 기업들 ‘깊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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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영 기자

승인 : 2014. 02. 25. 06:00

지나치게 간소한 입법 절차 문제...심의 과정 필요성 제기
# 최근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환경오염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기금 축적을 골자로한 ‘환경책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환경오염피해 구제에 관한 법안(환구법)’을, 11월에는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화학사고 손해배상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이 의원의 환구법 최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산업계는 수개월간 조율을 거쳐 어렵사리 환구법 조정안을 마련했는데 또 다시 유사한 규제 법안이 발의되자 크게 낙담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제정된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까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도한 의원들의 입법이 기업의 경영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부처와 협의 없이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법안을 발의하면서 중복 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기업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서 현재까지 발의된 의원발의법률안은 총 8484건이다. 19대 국회 임기가 절반 정도 남은 시점에서 의원입법 건수가 지난해 1만2220의 70%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의원입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14대 321건에 불과했으나 15대 1114건, 16대 1912건, 17대 6387건을 기록하며 18대 국회에서는 1만2220건으로 1만건을 돌파했다. 심지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19대 국회는 지난 국회의 의원입법 건수를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입법 건수와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19대 국회들어 의원입법 건수는 정부입법의 15.5배에 달한다. 14대 국회에서는 정부입법이 의원입법보다 0.6배 많았으나 15대국회부터 역전하기 시작하면서 15대 1.4배, 16대 3.2배, 17대, 5.8배, 18대 7.2배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의원발의법률안이 정부제출법안보다 규제 신설 및 강화하는 내용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규제관련 의원입법 개선대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18대 발의된 의원발의안 중 규제신설·강화 법안 비중은 17.8%로 정부발의안의 9.4%보다 높았다. 반면 의원발의안 가운데 규제완화·폐지안 비중은 10.4%로 정부발의안(14.4%)보다 낮았다.

의원입법이 정부입법보다 심의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한 부분이 과잉입법을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입법의 경우 정부기관 자체규제 심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까지 10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요 시간도 최소 6개월이다. 그러나 의원입법은 대표 발의한 의원을 포함해 의원 10명만 모이면 법안 제출이 가능하다. 의원 입법 발의 정족수도 17대 국회부터 20명에서 10명으로 완화됐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소 누출 사고 등 특정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정치적 목적을 띠는 의원발의법률안이 쏟아진다”면서 “세밀한 검토 과정 없이 발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향후 법률안 개정을 위해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며 경제적 부담도 가중된다”고 말했다.

또 의원입법이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산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화평법 국회 통과 과정이 꼽힌다. 지난해 4월 8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화평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환경부도 2010년부터 화평법 개정을 준비 수차례 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산업계의 의견을 절충한 정부법안을 발의한 상태였다. 심 의원이 발의한 화평법은 정부안과 함께 4월 15일 국회 상정됐으며 국회에서 두 법안이 병합심사된지 보름 만인 4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의원법안으로 화평법이 발의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국회를 넘어 선 것이다.

민간합동규제개선추진단 관계자는 “정부 입법의 경우 규제개협위원회를 통해 사전 심의를 받지만 의원 입법의 경우 이 같은 절차가 없이 발의되고 있다”면서 “정부, 학계, 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의원입법 관련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최근 국회 차원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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