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의 나이는 얼마일까. 고민할 필요 없다. 1만년이다. 그때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지금까지 간빙기가 이어져오고 있다. 얼추 따져보자. 서기 2014년 올해의 단기는 4347년이다. 코리아 역사공동체의 뿌리가 대충 반만년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반만년이라면 옆의 한족(漢族)이나 북쪽 대륙 길의 겨레들 그리고 남쪽 바닷길의 겨레들은 얼마나 될까. 당연히 그 겨레들도 반만년 앞뒤다. 우리 조상들이 자폐증 환자들도 아니고 이웃에는 모조리 문화를 모르는 야만인들만 사는데 수천 년 전 우리만 문명인이었겠는가. 이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가르친 것이 ‘홍익인간’이라는 건국신화다.
다시 말해 ‘우리 코리안만 반만년’이라고 외치게 되면 아직 반만 년이 되도록 단군 할아버지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부터 귀를 뚫고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얘기하면서도 오로지 홀로 외롭게 수천 년 동안 ‘나 홀로 문명’을 꾸려왔다고 우겨대는 이웃 차이나(China·중국)를 타이를 일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이 있다.
/글=김석규 코리아글로브 상임이사
◇위대한 코리안 아니라 홍익인간 다시 유라시아에 펼쳐야
이 글을 읽어주시는 고마운 독자들과 함께 떠나는 올 한 해의 역사기행의 목표는 ‘위대한 코리안의 발견’이 아니다. 그 목표는 ‘홍익인간’이다. 조선왕조를 앞뒤로 대가 끊긴 ‘홍익인간의 시대’를 유라시아에 다시 펼치는 것이 이 연중기획의 뜻이니 그 뼈대인 역사기행의 목표는 ‘홍익인간의 역사화’에 있다.
그럼 이제부터 낱낱이 따져보자. 1만년 앞선 어느 날 빙하기가 끝났다. 오랫동안 추위에 떨던 인류의 조상들의 유일 신앙은 무엇일까. 해, 즉 태양이다. 그래서 단군이 자리 잡은 곳이 아사달이다. ‘아사의 달’, 즉 ‘아침 해가 처음 뜨는 땅’이 꿈이고 그 꿈을 찾아 인류가 해 뜨는 동쪽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사달이 태평양 코앞에만 있을까. 아니다. 그 긴 여행의 길에 어디든 아사달이 나타난다. 아시리아(Assyria)나 그 서라벌(서울)인 아수르(Assur)나 둘 다 중동의 아사달이다.
참을 수 없이 추운 북유럽에서부터 중동을 거쳐 중앙아시아 그리고 바이칼 호수를 거쳐 만주로 내려오는 길이 첫 문명의 길인 ‘해의 길(태양의 길)’이다.
◇‘해의 길’, ‘초원의 길’, ‘바다의 길’이 모이는 한반도
그 다음에 나타나는 길은 ‘초원의 길’이다. ‘해의 길’이 뚫리고 한참이 지나 유라시아 대륙 북방 곳곳에 무리지어 사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이름하여 유목민들이다. 그들끼리 주고받는 시장이 열리는데 그를 잇는 길이 ‘초원의 길’이다. 보통 알고 있는 비단길(Silk Road)은 그보다 한참 뒤에야 나오는 막내들의 길이다.
‘땅의 길’ 말고도 ‘바다의 길’도 있다. 지금 인류의 첫 선조들이 살았다고 말하는 동아프리카에서 인디아를 거쳐 동남아를 거쳐 코리아로 오는 길이다. 이 또한 보통의 상식과 달리 ‘땅의 길’만큼 오래 되었다. 생각해보라.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여기서 눈여겨볼 매듭이 하나 나온다. 유라시아에서 이 ‘땅의 길’과 ‘바다의 길’이 겹치는 곳이 딱 하나다. 삼한(三韓)이라고 불렀던 옛조선(고조선)의 땅인 만주에서 한반도까지 ‘코리아 역사공동체’의 영역이다.
그래서 세계 고인돌 7만기 가운데 4만기가 한반도에 있고, 또 2만기가 전북 고창 일대에 있는 것이다. 세계의 금관 열 개 가운데 여섯 개가 여기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 한 것이 아닌가. 왜 여기에 다 몰려있을까.
그 답은 다시 1만년 앞으로 돌아가야 한다. 먼저 말했듯이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인류에게 유일 신앙은 해이고 그 길은 아사달, 즉 해 뜨는 동쪽이다. 다시 말해 도무지 알 수 없는 위험한 곳으로 에스파냐 여왕 이사벨이 콜럼버스를 보낸 것이 아니라 이사벨 여왕의 무리들이 몸소 태평양까지 온 것이다. 가다보면 아이도 낳고 아픈 사람도 생기고 그럼 그들은 가는 길에 자리 잡고 사는 것이다. 하지만 숭고한 사명을 지닌 제사장의 무리들은 해를 좇아 끝없이 땅으로 바다로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홍익인간의 비밀이 있다. 왜 다른 건국신화들과 전혀 다를 수밖에 없을까. 제대로 된 즉 가장 먼저 해 뜨는 곳을 찾아 나선 제사장들의 무리.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홍익인간, 반만년 코리아 역사공동체 뿌리이자 인류의 고대사
하느님(환인)이 천부인을 주며 환웅에게 풍백, 우사, 운사 등 모든 엘리트들을 다 붙여 보낸다는 이야기, 그리고 환웅이 곰족과 호랑이족을 교화해 단군을 낳고 홍익인간을 한다는 이야기는 반만년 코리아 역사공동체의 이야기이면서 아울러 수만 리 아니 수십 만 리를 죽을 고생하며 거쳐온 인류의 고대사다.
먼저 거쳐온 곳들의 사람들은 야만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해동포(四海同胞)들이다. 홍익인간은 당연하지 않은가. 미안한 말이지만 그래서 단군조선의 시대는 한참 뒤에 들어선 옆 마을 중원(中原)의 춘추전국과는 달리 참으로 태평스러웠고 길게 갔다. 그 후예들은 영고, 동맹, 무천이라는 이름으로 하늘에 계신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되 사흘 내리 마시고 노래 부르며 춤추는 제사장의 일을 이어나갔던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또 엇나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그래서 코리안들이 가장 뛰어나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답하겠다. “뛰어나든 말든 그것이 그리 중요한가”. 옛날 시골마을에서 명문대에 합격하면 현수막을 걸고 마을잔치를 하듯이 언제까지 그리 덜 떨어진 말을 하겠는가.
◇홍익인간, 유라시아 사해동포 통합 메시지
그보다 첫 삼한 즉 단군조선의 시대 때 모든 인류를 위해 바쳤던 제사장의 역할을 그 뒤로 제대로 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여기 왜 왔는지, 통째로 다 잊고 엉뚱하게 요순을 그리워하고 주자의 제자로 살아온 세월이 5백년이 넘지 않았나.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그 역사의 퇴행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유라시아의 길 이야기로 돌아가자.
베이징(北京)에서 자신들의 ‘나홀로 문명’이라 우기는 요하문명을 보면 거의 1만년 전으로 올라간다. 한족(漢族) 이야기는 뒤에 이 시리즈를 통해 밝히겠지만 그들은 흔히 말하는 서역을 거쳐 한참 뒤에 동아시아로 온 사람들이다. 바이칼 쪽으로 왔든, 그 위의 시베리아로 왔든, 천산(톈산)산맥 거쳐 몽골로 왔든, 위에 말한 홍익인간의 이야기는 컴퓨터와 같다.
다시 말해 반만 년 넘도록 수없이 업그레이드되어 왔다는 것이다. 지금의 동몽골 지역. 옛날로 치면 서만주. 더 올라가면 단군조선과 부여와 고구려의 서라벌인 곳 그 일대에 보통 말하는 신석기 시대 내내 수없이 많은 환인과 환웅과 단군이 계셨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모계 씨족사회였다가 어느 순간 옥기, 제단, 작은 마을이 나타나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면서 더 나은 버전(Version)이 줄곧 나오게 된다. 그래서 홍익인간의 이야기는 반만년 코리아 역사공동체의 뿌리 이야기면서 아울러 인류의 고대사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