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이슬람사원 서울중앙성원./ 사진 = 이승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이승환·전석환 기자 = “저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예요.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절 위험하게 봐요.”
밀라크 아마드씨(43·파키스탄)는 서울 이태원동 이슬람사원 ‘서울중앙사원’을 찾아 신을 숭배했다. 붉은 카페트가 깔린 예배당 안에서 엎드려 절을 하고 이슬람경전인 꾸란을 암송했다. 그는 신실히 종교 활동을 하는 것뿐인데 한국 사람들이 왜 자신에게 테러에 대해 묻는지 알 수 없었다.
25일 한국이슬람교협회에 따르면 국내 무슬림 인구는 13만5000여명으로 이 중 외국인 무슬림이 10만명 정도다. 아랍·아프리카권에서 일거리를 찾아 온 노동자들이 다수다. 이들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서 눈치를 보며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
24일 오후1시30분쯤, 이태원역 3번 출구 인근 언덕에 위치한 중앙성원. 뾰족한 첨탑이 솟은 성원은 주변 아랍어 간판이 내걸린 상점들과 어우러져 이국적 향기를 풍겼다. 무슬림 대부분은 히잡에 도포를 입는 등 전통 의상을 하고 있었다. 입구 게시판은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은 여성에 대한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5세기 예언자 무함마드가 창시한 이슬람교는 유일신 교리를 따른다. 이를 세상에 알리듯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 라고 적힌 아랍어 간판이 예배당 중앙에 걸려 있었다. 남성 예배당(2층)과 여성 예배당(3층)은 나뉘어졌다. 신도가 예배에 집중할 수 있게 남녀 예배당을 구분하고 외부인의 예배당 출입과 사진 촬영 등을 금지했다고 성원측 관계자는 말했다.
남성 예배당 안./사진 = 이승환 기자. |
박현봉 이슬람교협회 사무처장은 “이슬람교는 엄격한 종교다"며 "예배시 엎드려 절을 할 때 이성의 엉덩이가 보이면 음란한 생각을 할 수 있어 남녀 예배당을 따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슬람교를 잘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인을 통제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한국 정부가 중동 건설 사업을 추진하며 친교를 맺은 이슬람 국가들이 성원을 설립하던 1970년대만 해도 무슬림에 대해 호의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미국 쌍둥이 빌딩에 일으킨 2011년 9·11 항공기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서구 사회에 퍼진 ‘이슬람포비아(이슬람혐오)’ 가 한국에도 닿은 것으로 보였다.
나글라 엘하다드씨(31·여·방글라데시)는 “(히잡을 쓴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무슬림만 만난다”며 “일부다처제를 지향하는 이슬람 예배 방식 등은 성차별로 보기 보다는 종교적 특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육식을 하지 않을 정도로 무슬림들은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데 테러리스트는 무슬림 중에 소수”라고 강조했다.
제조공장에서 하루 12시간 정도 일을 한다는 알리 후세인씨(35·방글라데시)는 “쉬는 날 예배를 드리면 고국 생각도, 고단한 일상도 잊게 된다”며 “안식을 찾는다는 점에서 타 종교와 이슬람교는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