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서 당선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5년간의 정책과 국정방향이 당선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
승리의 기쁨도 좋지만, 당선자가 풀어야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새 정부는 저성장 우려와 가계부채 증가, 자본시장 위축 등의 경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저성장의 늪, 일본형 장기 침체 우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 경제 성장률도 연 2.4%를 예상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10곳이 지난 11월말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평균치도 2.3%에 불과하다.
내년 전망도 우울하다. 노무라(2.5%)와 UBS(2.9%), 메릴린치(2.8%), 도이체방크(2.6%), BNP파리바(2.9%)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2%대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면서 일부에서는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시대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당선자의 최우선 경제 과제로 꼽히는 것이 저성장 장기침체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김동렬 현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이 2%대 초반에 불과할 정도로 저성장 늪에 빠져있다"며 "당선자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추세를 반등시킬 수 있도록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새 정부는 저성장 극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 경제 성장 발목 잡아
가계부채 문제 해결도 시급한 과제이다.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의 가계신용은 93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5.6% 늘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를 합친 것으로 사실상의 가계부채다.
특히 올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5.6%)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성장률(2.4%)의 두배를 넘는다.
이는 경제 성장으로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부채가 더 많이 불어난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당장 터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부채 규모가 커 위험하다"며 "정부는 단순히 총량규제가 아니라 부채가 더 위험한 부분을 부채 억제정책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환 산은경제연구소 경제조사팀장은 "가계부채는 장기 고정금리로 전환한다든지,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연금 형식으로 받는다든지 주택연금 가입제한을 완화하는 것도 대안이다"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 바람, 성장과 분배사이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 민주화는 차기 정부가 풀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다.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대기업 금융자회사 보유주식 의결권 제한 등이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이를 급격히 추진하면 사회적으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난색을 표해 왔다.
또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응답자의 52.0%가 규제 강화 시 투자와 고용이 위축돼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경제가 회복된 이후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도 39.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지나친 규제와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며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면 비효율적인 부분에 역량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제민주화가 실질적으로 이행된다면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시급한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가려서 하고, 경제에 부담이 안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