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구로동 오피스텔 철거. /사진=정필재 기자 |
사건 현장은 서울 구로구 구로2동 S오피스텔. 이곳은 건물의 소유주와 땅 주인이 다르다.
5일 거주자들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을 짓던 S건설이 부도가 나 건물과 토지가 경매에 붙여졌고 건물과 건물이 지어진 땅은 각각 다른 주인에게 낙찰됐다.
토지주는 지난 6월 입주자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고 철거를 예고했고 건물주는 이같은 요청을 무시한 채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라, 책임지겠다’며 불과 하루 전까지 입주민을 받아왔다.
결국 2일 집행관들에 의해 건물철거 명도집행 일부가 진행됐다. 지상 12층, 지하 3층으로 지어진 건물의 1층부터 3층까는 초토화됐다.
최 모씨(25·여·직장인)는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돌아오니 현관이 뜯겨 있었고 집안의 모든 물건이 사라졌다”며 “당장 잠을 잘 곳도 없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씨가 사용하던 화장실. |
송 모씨(25·여·학생)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 거주지를 옮겼는데 이사 7일째 되는 날 일이 터져 답답한 심정”이라며 “철거가 진행되는 동안 유리 깨지는 소리와 여기저기서 들리는 고성에 공포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아이를 갓 낳은 신혼부부, 만삭의 산모,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직장인, 독거노인과 장애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나 모씨(30)는 “건물주와 토지주의 다툼에 아무 죄 없는 우리가 길거리로 내몰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가라면 나가겠지만 어렵게 모은 보증금은 돌려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입주자는 “지난 2009년부터 계약이 끝나 방을 빼겠다고 했지만 3년째 보증금이 없으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나가지도 못하고 불안과 공포감에 휩쌓인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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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 법정 대리인은 “철거를 공표했는데도 건물주는 이를 가로 막고 무자비하게 세입자를 받은 것으로 이는 사기를 친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시간을 끌수록 건물주는 관리비를 받아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속셈”라고 주장했다.
건물을 관리하는 김 모씨는 “350억원의 가치를 가진 건물을 토지주가 15억원에 갖기 위해 저런 짓을 벌이고 있다”며 “가치의 30%만 인정해 넘기라고 해도 깨끗하게 건물을 넘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거주자들은 이날 ‘입주민생존보호회’ 출범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으며 향후 불법 철거에 맞서 법적 대응 등을 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