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전·하이닉스 8079억원, 3072억원 매수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주가 저평가된 기업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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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주식시장 수익률이 최하위였던 만큼, 전문가들은 작년 말을 기점으로 바닥을 확인한 연기금이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늘려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올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 기대가 존재한다는 점 역시 투자 매력도를 높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작년 12월 27일부터 이날까지 총 3조201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34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장 기간 순매수한 기록이다.
연기금이 작년 말부터 일관되게 매수세를 유지한 덕분에 코스피 지수도 연초 대비 10.6% 급등했다. 이들 기관이 반도체 우량주이자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사들인 영향이다. 올해 들어서만 연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아닉스 주식을 각각 8079억원, 307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업계에선 이처럼 연기금이 매수세를 늘려가는 이유를 두고 지난해 국내 증시 수익률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즉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지난 한 해 동안 각각 9.6%, 21.7% 떨어져 전 세계 수익률 꼴등을 기록했으므로, 올해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증시는 수출 감소 우려 등으로 악재가 선반영되면서 수익률이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연기금도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바닥을 찍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연기금이 지수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하이닉스부터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연기금의 경우 투자 성향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매수 종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에게 집중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실적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우량주들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가 현재 1분기 저점을 찍고 분기 증익하는 것으로 형성돼 있어 실적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특히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중고 자동차·가전제품을 새것으로 바꿀 때 국가가 보조금을 제공) 효과에 대한 기대가 존재하고 있는데, 레거시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먼저 작년 말 지수가 워낙 낮았다보니 저가 매수하는 차원에서 매수세를 늘린 것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며 "나아가 연기금이 주로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던 종목에 집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