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절반 이상…MRO '규모의 경제' 실현
5780억원 들여 엔진 정비 공장 가동 예정
빅데이터·무인 드론 등 신기술 접목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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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안전운항이라는 기본기를 다지고,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는 '일거양득'의 결실이다. 회사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정비 시설 구축과 인력 양성, 신기술 접목 등 양질의 노력으로 170조원 규모의 글로벌 MRO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1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회사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보유대수는 각각 161대, 82대로 양사 총합 243대에 이른다. 이는 국내 항공사 전체 항공기 수의 50% 이상인 수준으로, 통합 대한항공 체제가 사실상 국내 업계의 안전을 책임지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MRO사업의 규모와 기술력을 모두 키울 수 위한 노력을 병행, 업계를 좌우하는 합병 작업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항공기에 대한 사전작업을 충실히 수행하며 '한 몸'으로서의 안전 정비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회사는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노선에서 내세워온 에어버스 A350의 운용을 앞두고 지난해 6월 현장 정비사와 관련 부문 고경력자들을 위주로 정비 전담반을 꾸렸다. 올해부터는 교육 과정을 자체 개발, A350 정비사를 지속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MRO사업의 볼륨을 키우기 위한 작업도 한창이다. 지난해 3월 첫 삽을 뜬 영종도 운북지구 신(新) 엔진 정비 공장은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야심차게 578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만큼, 한해에 정비가 가능한 엔진 대수도 기존 100대에서 360대로 3배 넘게 확대한다.
대한항공의 MRO 사업 방향은 단순한 규모 확대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 회사는 적극적인 신기술 도입으로 배로 늘어날 정비 물량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빅데이터 기반의 예지정비가 꼽히고 있다. 항공기 건강 상태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고장이 나기 전 미리 조치해 지연 운항과 결항, 회항 사례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무인 드론 자율군집 기술을 항공기 외관 점검에 적용한 '인스펙션 드론'을 개발해 수년 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해당 기술 도입시 정비 소요 시간은 기존보다 60%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방면으로 MRO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시선은 국내업계 전반을 넘어 전세계를 향하고 있다. 이미 델타항공과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정비를 수행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MRO 사업을 해외기업에 위탁해온 국내 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이 커진 몸집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 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20년 넘게 해외 업체에 맡겨온 항공기 엔진 정비 일부를 대한항공에 위탁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이후 자체 정비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정비 기술과 시설 등 제반 정비 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엔진과 부품 정비 같은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를 확장해 해외로 유출되는 MRO 물량을 국내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