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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노인들은 국민 기초생활 수급자다. 기초연금은 가난한 노인들의 소득을 보충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가난한 노인들은 지금껏 기초연금 혜택에서 제외돼 왔다. 기초연금 30만원을 줬다가 다음 달에 준 금액만큼 생계급여를 뺏는다.
기초연금 혜택을 박탈한 이유를 보건복지부는 '가장 가난한 노인들에게 국가는 매월 생계급여를 지급한다. 조건이 있는데 개인에게 소득이 있다면 그 소득을 제외하고 생계급여를 지급한다는 보충성 원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복지부의 보충성의 원리 때문에 집 주인은 30만원 부가소득이 생기고,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노인은 소득에 변동이 없다. 이에 따라 노인 세대 안에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고,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한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이래로 71만명(2022년 기준)에 달하는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이 매달 기초연금을 받은 후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 금액만큼 삭감당했다.
김 노인은 윤석열 정부가 임기 중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발표를 듣고도 기쁘지 않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잖아. 기초 생활 수급자에게 기초연금은 그림의 떡인데."
내일이 새로울 수 없다는 상실감을 느낀 김 노인을 비롯한 9만명의 기초 생활 수급자 노인들은 기초연금 신청 자체를 포기했다.
아동수당, 보육료 지원, 장애인연금, 국가유공자·참전유공자수당 등은 소득 인정액 계산에서 예외 소득으로 처리돼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되고 있다. 기초연금도 소득 인정액에서 제외해야 한다. 기초연금 30만원을 한꺼번에 보장하기 힘들다면 단계적 개선도 가능하다. 2018·2019년 보건복지위원회는 예산안 심의에서 기초수급 노인에게 부가급여로 1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합의했다. 일부 복지학계와 국회입법조사처도 비슷한 개선안을 제안했다.
2024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노인들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해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세상에 알렸고, 가장 가난한 어르신들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들의 숱한 기자회견들, 여당과 야당에 공개 질의와 요구, 줬다 뺏는 기초연금 헌법소원 등 숱한 요구에도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던 그 세월 동안 가장 빈곤한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았고 또 빼앗겼다. 고단하고 처절했던 10년 만에 드디어 응답이 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은 연금 개혁과 연동해 논의해야 한다고 한다. 독립적으로 논의할 수 없다고. 느닷없는 얘기다. 필자는 연금 개혁 공론화 위원회 숙의 위원으로 참여했다.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 대표자들이 모여서 노후 소득 보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대안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은 논의 됐지만,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논의 주제로 올라오지 않았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연금 개혁 논의와 무관하게 10년 전 부터 노년단체, 복지단체 등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고 정부와 국회에서도 논의가 있었다. 김 노인은 복지부의 연금 개혁 없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 없다는 입장에 말한다. "복지부는 가난한 노인들의 인생을 찌르는 가시네 가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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