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 불법 체류자 강제 구금
쿠바 관타나모에 수용시설 확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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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큰 라일리 법'은 조지아주에서 조깅을 하던 중 불법 체류자에게 살해된 간호대 학생의 이름을 딴 것으로, 절도·폭력 범죄 혐의를 받는 불법 체류자를 강제 구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하원 모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새 법안에 따르면, 연방 당국은 절도·경찰 폭행·신체 상해·사망을 초래하는 범죄로 체포되거나 기소된 이민자를 반드시 구금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하원에서는 민주당 의원 46명이, 상원에서는 민주당 의원 12명이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 법안이 미성년자나 '다카(DACA·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 수혜자들을 포함한 이민자들의 적법 절차를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타나모에 위치한 미 해군 기지는 지난 20여 년간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는 감옥으로 사용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당 시설을 활용해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레이큰 라일리 법'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이들 중 일부는 너무 위험해 우리가 그들의 출신국조차 믿을 수 없다.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래서 그들을 관타나모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로 강경 이민 단속정책에 또 한번 군 시설과 인력을 동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역 군 병력을 미-멕시코 국경에 배치해 민간 당국을 지원하도록 했으며, 불법 이민자들의 해외 추방에 군 수송기를 이용하고 있다.
새 수용 시설이 완공되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구금 능력은 거의 2배로 늘어난다. 관타나모는 과거에도 이민자 수용소로 사용된 적이 있다. 1980~1990년대에는 수천 명의 아이티 난민이 이곳에 수용됐다. 바이든 행정부도 소수의 이민자를 제3국으로 재정착시키기 위해 해당 시설을 활용한 바 있다.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과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정책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기존 관타나모 이민자 수용소를 확장하고, 임시 주거 시설과 기타 기반 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확장 공사를 위한 예산을 공화당이 추진 중인 세금·지출 법안에 포함해 의회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했다.
관타나모 기지는 원래 테러 용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현재 이곳에는 45~63세 사이의 수감자 15명이 남아 있으며, 2001년 9·11 테러 직후 개설된 이래 한때 800명에 달하는 수감자를 수용한 바 있다고 WSJ은 전했다. 현재 수백 명의 미군이 기지에서 이들을 감시하고 있으며, 미국 내 법률에 따라 현재 수감자들은 미국 본토로 이송될 수 없으며, 미국인 수감자는 없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석방을 추진하던 사무실을 폐쇄한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관타나모가 "우리나라에 있을 이유가 없는 수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원래 있던 나라로 돌려보내기 위한 일시적 경유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관타나모에서 경비 부대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지 내 골프장을 개조하면 최대 6000명의 이민자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