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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 분쟁 그만” 고려아연, MBK에 협력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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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01. 24. 17:01

24일 그랜드하얏트호텔서 기자회견
"MBK와 신사업 협력 방향 있을 것"
"이사회 참여도…집행임원제 도입 고려"
MBK, 최윤범 회장 측 형사고발 입장
"양측 협력 성사까진 미지수" 업계 평가
사본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사장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전날 임시주주총회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로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유지한 고려아연이 MBK 파트너스 측에 손을 내밀었다. 갈등과 분쟁이 길어지면서 소모적 분쟁이 지속되는 만큼 협력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MBK 측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결의도 보였다. 다만 임시주주총회에서 패배한 MBK가 최윤범 회장 측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혀 양측이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24일 고려아연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주주총회 결과 및 관련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 이제중 부회장, 신봉철 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자리했다.

전날(23일) 진행된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선 현 경영진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통과되며 최 회장 측 인사 7명이 이사진에 모두 진입한 반면 영풍·MBK 측 인사는 무산됐다. 사실상 첫 표대결에서 현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박기덕 사장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소모적 분쟁이 지속되면 회사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보고 협력의 길을 열어뒀다. 그는 "MBK가 명성에 걸맞는 명망 있는 사모펀드로서 고려아연을 위해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소통과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고, 사모펀드의 순기능인 기업의 파트너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MBK도 냉정함을 되찾고 우리의 말을 진중하게 듣고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지난 22일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최 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을 사들였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회사의 모회사와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10% 이상을 가진 경우, 그 다른회사는 회사의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수 없다. 한마디로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SMC가 영풍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에 영풍→고려아연→SMC→영풍의 순환줄자 고리가 형성되면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박 사장은 SMC 임직원 역시 고려아연과 한 마음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앞서 MBK 측의 "SMC가 사업적 연관성 없이 영풍의 의결권을 배제하기 위해 영풍 지분을 사들인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며, 의사결정권자인 최 회장이배임행위를 한 것"이란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박 사장은 "SMC 구성원과 협력사, 지역사회 모든 일원들이 고려아연과 같은 걱정을 해왔다"며 "적대적 M&A로부터 회사를 지켜야 하는 방어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 측이 주장하는 위법, 불법이라곤 볼 수 없다. 법 전문가들이 충분히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사장은 회사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 사업에 있어 MBK와 협력의 방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박 대표는 "트로이카 사업을 위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있고, 조달 방법은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MBK 자본이 도움이 된다 하면 충분히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BK 측의 이사회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사장은 "MBK의 경영 참여의 길이 충분히 논의됐으면 한다. (MBK 측이 제기한) 집행임원제 도입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그동안 MBK와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으나,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말도 부연했다.

그간 MBK의 경영 개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최고기술책임자 이제중 부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재직 40년 중 28년2개월을 울산에서 일했는데, 그중 쉰 날이 부모님 상을 치르느라 쓴 단 열흘"이라며 "평생을 바친 내 회사고 내가 사장이란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했다. 이어 "감히 말하자면 고려아연은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직원들이 똘똘 뭉쳐있는 '원팀'이다. 그런데 MBK 측은 세계 최고 비철제련에 대해 모르지 않느냐"며 "내가 평생을 바쳐서 했던 걸 생각하면 이 사람들이 인수를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MBK 측이 이날 오전 형사고발 등 강력한 대응을 예고해 협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이날 오전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최 회장과 박기덕 대표이사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김 부회장은 전날 진행된 임시 주총을 무효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제기한다고 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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