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매 활성화' 목표 같지만 속내 이견…금융권 리스크 부담 ↑
전문가 "PF 근본 문제는 낮은 자기자본비율…선진국 수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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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전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합동 매각설명회' 도중 진행된 업계 간담회에서 PF 경·공매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금융업계와 건설업계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부동산 PF 사업의 특성상 한 쪽에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이 나타나지 않도록 책임 분담을 요구한 모습이다.
이날 열린 합동 매각설명회는 금융당국과 업권별 금융협회가 부동산 PF 사업장의 경·공매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정보공개 플랫폼을 소개하고 이 플랫폼에 공시된 주요 사업장 매물을 안내하기 위해 마련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각 금융협회·건설협회 대표들도 최근 PF 사업장의 정리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정보공개 플랫폼 등을 통해 올해 상반기 중 부실 사업장 정리를 모두 끝마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금융사의 경우 매수처 물색의 한계로 PF 사업장 정리가 지연되고 있고, 부동산 개발 공급자의 입장에서도 매각 물건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부족했던 정보 채널을 확대하면 PF 사업장 조기 정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PF 경·공매 활성화'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있음에도 금융업계와 건설업계의 이견은 여전한 모습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들은 부동산 PF 수수료 체계 개선안을 환영하면서도, 경·공매가 지금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선 금융권이 신디케이트론 조건을 완화하고 가산금리를 낮추는 등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경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호실적을 올리고 있는 금융권이 더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김 부회장을 비롯한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행사와 시공사 차원에서도 책임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부동산 PF 수수료 개편으로 금융사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금융권이 출혈을 감당하기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31일 시행하는 책임준공확약 모범규준도 금융사의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제까진 금융사 등 대주단이 시공사의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에 대해 원리금을 포함한 PF 비용 전액을 손해배상 청구했지만, 모범규준 적용으로 금융사가 입게 된 실제 손해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이 생겼다. 시공사의 리스크는 줄어드는 반면, 투자에 참여하는 금융사들이 리스크를 더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PF 사업장 부실로 이미 금융권이 겪고 있는 리스크도 상당한 상황이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3년 말 2.70%에서 지난해 상반기 3.56%로 반년 만에 0.86%포인트가 올랐고, 같은 기간 PF 고정이하여신비율도 5.1%에서 11.2%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번 정보공개 플랫폼 도입으로 PF 익스포저를 줄이는 데 속도를 낼 구상이지만, 사업장 부실화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선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를 발주하기 전에 사업장에 대한 심사를 더 강화하고 자기자본비율을 현재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PF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행사 등 사업 주체의 낮은 자기자본비율"이라며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도 오는 2028년까지 부동산 PF의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을 20%까지 확대하는 정부 개편안에 대해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대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