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DC 보장형 전년 比 5조원↑…증권·보험 증가 크게 상회
"낮은 수익률에도 높은 안정성 인식으로 자금 유입 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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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42개 퇴직연금 사업자(은행·증권·보험)의 DC형 총 적립금은 113조88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조8099억원 증가했다. 이중 은행이 70조3214억원으로 이 기간 8조6825억원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27조2669억원으로 6조4096억원 늘었고, 보험업계는 16조2994억원으로 1조7178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가입자가 기존 퇴직연금 자산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도 금융사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대상으로, 당초 증권사의 높은 수익률로 인해 자금 이탈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은행권은 DC형에서 자금을 확보하며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DC 보장형에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은행권의 DC 보장형 적립금은 지난해말 기준 60조1387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565억원 증가했다. 이는 증권(1조4850억원 증가)과 보험(1조527억원 증가)의 증가 규모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4대 은행(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자금 유입이 크게 돋보였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DC형 보장형 적립금은 총 38조36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2937억원 증가하며 전체 은행 증가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하나은행은 9조1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1214억원이, 신한은행(11조2887억원)은 9462억원, 국민은행(11조8106억원)은 8362억원, 우리은행(6조1306억원)은 3899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의 자금 확보가 컸던 배경으로는 높은 안정성과 맞춤형 서비스 및 전문성이 꼽힌다.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협의체'를 통해 체계적으로 수익률 관리를 강화했으며, 신한은행은 '나의 퇴직연금' 서비스를 개편해 ETF 라인업을 업계 최다인 190개로 확장했다. 하나은행은 연금 VIP 전문상담센터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운영하며 자산 관리 서비스를 강화했고, 우리은행은 435개의 실적배당형 상품과 전국 168개 영업점에 연금 전문가(PA)를 배치해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그러나 수익률 측면에서는 은행권이 여전히 증권사와 보험사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DC 보장형은 증권사의 상위 5곳이 4.28%에서 최고 5.25%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은행권 상위 5곳은 3.36%~3.63%에 그쳤다. 비보장형에서도 하나은행이 12.83%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보험사인 미래에셋생명보험의 12.91%와 비교해 소폭 낮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도, 타 금융기관 대비 안정성이 높다는 인식으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은행은 증권사보다도 규모가 10배 정도 커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높은 안정성으로 자금 이탈률이 앞으로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