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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차 하는 순간 재앙같은 산불…절반 가량이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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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현 기자

승인 : 2025. 01. 17. 14:37

담배꽁초·쓰레기 소각 등 실화 원인 가장 많아
계속되는 강풍·건조한 날씨 기후변화도 영향
산불 예방 경각심·노후화된 전기 시설 점검 필요
산불
17일 경기 시흥시 금이동 산15-2 산불 현장에 검게 그을린 나무와 잿더미가 남아 있는 모습. 이곳은 지난 4일 오후 1시 24분께 산불이 발생해 0.1ha의 임야가 소실됐다. /강다현 기자
17일 오후 2시께 직접 방문한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산 15-2' 야산. 이곳은 등산로가 없어 정돈되지 않은 산길을 올라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신발 전체가 덮일 정도로 바닥엔 마른 나뭇잎이 수북했다. 그렇게 20여 분읕 오르자 건조한 겨울 날씨에 시달리다 메마른 나무들 사이로 일대가 검게 변한 산불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요함만 맴도는 현장은 산불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특유의 탄내가 코를 찔렀다. 타다만 나무가 검은빛으로 그을인 채 앙상하게 남아있었고, 바닥엔 여전히 많은 재가 덮여있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검게 흩날렸다. 산 아래쪽에는 불에 탄 나뭇가지들을 한데 모아 쌓아뒀는데, 그 모습이 마치 화재 당시 상흔처럼 보였다.

산불이 난 인근에는 상가, 주택, 주유소, 군부대 등이 인접해 있었다. 화재 규모가 컸다면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화재 당시 사무실에 있던 가구점 직원 A씨는 "소방차와 경찰이 많이 오길래 나가보니 건물 뒷산에서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며 "빨리 불을 꺼서 다행이었지만 (불길이) 내려올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20년째 이곳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B씨는 산불이 바로 뒷 산에서 발생한 건 몰랐다고 했다. 그는 "나무 타는 냄새가 나길래 주민이 뭔가 태우나보다 했다"며 "시청에서 보낸 문자에 주소가 나왔지만 여기인 줄은 몰랐다. 불이 난 줄 알았으면 당장 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화재가 난 금이동 야산은 산불 진화차량 12대, 진화인력 37명이 투입돼 신고 접수 36분 만에야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임야 0.1ha 가량이 소실됐다. 산불의 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은 채 '원인 미상'으로 종결됐다. 그렇게 산림은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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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시흥시 금이동 산15-2 산불 현장 한편에는 불에 탄 나뭇가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곳은 지난 4일 오후 1시 24분께 산불이 발생해 0.1ha의 임야가 소실됐다. /강다현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새해 들어 발생한 산불은 총 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8건)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 발생한 산불은 총 279건으로 소실된 면적만 123.27ha에 달했다. 이 중 106건이 입산객, 담뱃불, 타다 남은 재 등 부주의에 의한 실화였다. 입산객이 실수로 산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3000만 원의 벌금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산불의 또 다른 원인으로 최근 계속되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도 언급된다.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부주의함에서 비롯된 실수가 해결이 시급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입산객과 산림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대다수 산불은 담배꽁초, 쓰레기 소각 등 대부분 작은 실수에서 발생하고 거기에 날씨가 영향을 미치면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지게 된다"며 "특히 산과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은 쓰레기 및 영농부산물 소각을 조심하고 화목난로로 인한 화재도 빈번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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