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수익 지속성장 위해 각축전
정부 예고한 '1인 1계좌' 폐지 변수
증권사 넘어 금융권 경쟁 격화할 듯
세제혜택에 힘입어 최근 30조원을 넘어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선두 자리를 놓고 격투를 벌이고 있다. 두 증권사 모두 재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선데 이어 탄탄한 리테일 고객 기반으로 수수료 우대 등의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순위권에 오른 것이다. 업계에선 미래에셋·삼성증권이 외화증권 수익 비중이 컸던 만큼, 최근 해외투자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도 받은 것으로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ISA 잔고액에서 앞서고 있지만, 같은 기간 중개형 ISA 잔고액에서는 삼성증권이 소폭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이 치열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들 간 리테일 경쟁 심화로 인해 '리테일 강자'로 불렸던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입지가 최근 줄어들고 있는 점에서, 올해도 시장 선점을 위한 두 증권사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테일 수익 성장을 지속하기 위함이다.
올해 초 정부에서 계획으로 발표한 ISA '1인 1계좌' 규제 폐지도 경쟁의 불씨를 한층 더 키울 전망이다. 업계에선 계좌개설이 제한 없이 가능해진다면, 증권사들뿐 아니라 은행들과도 비과세 한도를 갖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작년 말 기준 ISA 잔고액은 각각 3조8375억원, 3조54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권사들 중에선 잔고액 기준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ISA 시장은 작년 하반기 30조원 규모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금리인하기 수익률 확대를 추구하는 고객들이 신탁형 ISA에서 중개형 ISA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중개형 ISA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국내 상장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거래할 수 있다.
세제혜택 또한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인데, 정부는 연간 ISA 납입 한도를 2000만원에서 4000만원, 총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비과세 한도는 200만원에서 500만원, 서민·농어민용 ISA는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IS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먼저 리테일 사업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원금, 수수료 우대 등의 혜택들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기존 혹은 신규 고객들의 유입을 늘려나갔다. 구체적으로 삼성증권은 연초부터 수수료 절감 혜택, 계좌 신설 시 상품 증정 등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미래에셋증권 또한 온라인 매매수수료 우대, 투자 지원금 지급 등을 통해 맞불을 놨다.
업계에선 작년부터 미국 등 해외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도 ISA 잔고액을 늘리는데 수혜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실제 두 회사는 국내 증권사들 중에서 외화증권 수익 비중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높아진 해외투자 수요와 맞물리면서 중개형 ISA 내 해외 ETF와 펀드 투자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절세효과가 크기 때문이고, 기존부터 리테일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잔고액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IS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에셋·삼성증권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리테일 강자로 불렸던 두 증권사의 영향력이 업계 경쟁 심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개형 ISA가 다시 리테일 사업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정부는 ISA와 관련해 '1인 1계좌' 규제 폐지 계획을 밝혔다. 기존에는 중개형·신탁형·일임형 중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복수의 유형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증권업계에선 규제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증권사를 포함해 은행들과도 고객 유치를 두고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사에서 ISA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규제가 사라지면 은행도 ISA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비과세 한도를 갖기 위해 증권업 및 은행업계의 경쟁이 현재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1인 1계좌' 규제 폐지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세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금융기관 마다 비과세 한도를 나눠 이용하게 될 경우, 고객들의 혼란이 지금보다 더 가중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