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원자재 공급 등 중소기업 직격탄
美 우선주의 정책 현실화 우려까지
전문가 "경제 성장률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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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26%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러시아산 납사(석유화학 기초 연료) 수입 비중은 전쟁이 시작된 2022년에는 7%로 급감, 올해는 0%대로 내려갔다. 러시아는 러·우 전쟁 직전까지 우리나라의 납사 수입국 1위였다. 그러나 러·우 전쟁으로 자원 공급망이 차단되면서 주요 자원의 가격이 상승해 자원 및 곡물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러·우 전쟁은 에너지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철강, 화학, 자동차와 같은 산업이 크게 영향을 받는데 자동차는 현대차와 기아 등 대기업이 하지만, 자동차 부품 공급은 중소기업이 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도 타격을 받는다"며 "원자재 수입비용 상승은 한국 내 물가를 높이고, 실물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강달러'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크게 꺾일 거란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환율부터 올라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재 생산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전부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높을수록 원재료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입품에 최고 20%의 보편관세를 도입하는 관세 확대 정책으로 대미 수출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20%의 보편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1%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미 수출액은 304억 달러(약 42조원), 전체 수출액은 448억 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화당이 자국 농산업 보호를 강조하는 만큼, 'K-푸드'의 수출도 주춤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관계자는 "지금도 미국은 농식품 수출 통관이 가장 까다로운 국가인데, 수출 농식품에 관세를 부과·인상한다면 한국산 수출 농식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성분·위생·서류 구비 여부 등 통관 과정이 더 어려워고,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이 있는 국내 기업은 관세와 통관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출 둔화는 국내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가량은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투자계획은 고사하고 기존 계획마저 보류할 우려가 커진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세울 정책은 한국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수 부진과 수출 수요 위축 등이 이어진다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데, 특히 내수 소비가 고꾸라지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직접적인 후폭풍을 맞아 이들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확대한다면 국내 기업이 대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국내 기업이 생산 단가를 낮춰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