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관 출신·금융경력 강점
내부시스템 재정비로 신뢰 공고히
정부 관계 속 독립성 강화 과제도
차기 농협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관 출신에 금융 경력을 보유했다는 강점을 살려, 대내외 소통을 확대하고 5대 금융의 위상에 걸맞은 추가적인 성장을 꾀하는 등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해 낼 것이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 내정자 역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수익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은행 계열사인 생명·손해보험과 투자증권 역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는 한편으로 포트폴리오 개편 및 공격적인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농협금융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경영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7일 차기 회장으로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부산대학교 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내정자는 종합정책과장과 부총리실 비서실장, 미래사회정책국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낸 뒤 기획재정부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손꼽힌다. 지난 2021년 금융감독원 기획·보험 담당 수석부원장에 임명되며 금융권 경력을 쌓기도 했다.
그간 농협금융은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부문 분리) 이후 신충식 1대 회장과 손병환 6대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관(官) 출신 인사가 회장직을 맡아왔다. 이번 임추위 결과 역시 최근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 정책 전문가를 새롭게 선임해 당국 및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경제정책의 중심인물로 손꼽히는 데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도 한 만큼, 정권 교체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 속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인물로 평가된다.
이 내정자는 취임 이후 지배구조 개선 및 내부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주요 자회사인 농협은행에서 여섯 차례나 발생한 금융사고로 그룹 전반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익성 확대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3151억원으로,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금융지주사가 아닌 IBK기업은행의 연결 기준 순익(2조1903억원)과의 격차도 1248억원에 불과하다. 은행과 비은행의 고른 성장을 추진하고, 신사업 추진 등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방안을 마련해 추가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5대 금융지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국 및 정부와의 관계는 물론,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하는 것도 이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히는 만큼 대내외적인 소통에도 충실할 것으로도 예측된다. 최근 단행된 자회사 인사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 속, 취임 후 중앙회를 벗어난 독립적인 지배구조 정립을 이뤄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전망이다.
다만 이 내정자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대상인 만큼, 연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현 이석준 회장의 뒤를 이은 즉시 취임은 불가능하다. 이에 내년 2월 3일로 예정된 임추위 및 임시주주총회 이전까지 이재호 전략기획부문장(부사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이 내정자의 공식 취임 이전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 농협저축은행 등 주요 자회사들 역시 각사의 수익성 확대는 물론 농협금융 전반의 성장을 위한 시너지 효과 등에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내년에는 내실성장에 집중하는 한편으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동시에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농협은행장에 새롭게 취임하는 강태영 내정자는 농협금융과 마찬가지로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최우선의 노력을 다할 전망이다. 2024년 한 해만 총 430억원 규모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해 고객 신뢰가 추락한 까닭이다. 특히 대부분의 금융사고가 횡령·배임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만큼 인적 쇄신과 임직원 윤리 강화에도 힘쓸 것으로도 예상된다.
농협은행은 본업 경쟁력 확대를 통한 수익성 확보는 물론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추가적인 성장을 꾀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강 내정자는 다년간 여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했을 정도로 영업력과 기획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로 평가되는 만큼 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생명 출범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현직 부사장에서 대표로 선임된 박병희 내정자는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 확대 및 본원적 사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전망이다. 특히 지역기반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요양사업 등 신사업 추진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손해보험의 새 사령탑으로 오를 송춘수 내정자 역시 보험 분야에서만 20년 이상을 근무한 보험전문가로 평가되는 만큼 실무형 CEO로서 비우호적인 경영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확대에 고삐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장기보험사업을 활성화하고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등의 목표가 수립될 전망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NH투자증권을 이끌게 된 윤병운 대표는 올해 전통적 강점 분야인 IB 부문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리테일 부문 역시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트폴리오 간 균형 잡힌 성장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원을 마련해 최근 발표한 밸류업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에는 중앙회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는 물론 이로 인해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와 수익성 확대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며 "지주는 물론 주요 자회사 수장까지 대규모 인적 쇄신이 단행된 만큼 산적한 과제의 원활한 해결에 기대감이 모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