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시청률↓… 수수료 더 낮춰야"
케이블TV "가입자수 따라 매년 낮춰"
협상위해 명확한 매출자료 검증 필요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케이블TV와 홈쇼핑 사업자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B2B(기업간거래) 특성상 매년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슈지만, 올해는 '블랙아웃(방송송출 중단)' 사태까지 발생했다. "TV홈쇼핑 시청자가 줄었으니 수수료를 더 낮춰야 한다"는 홈쇼핑 사업자와 "정확한 매출 데이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수수료만 낮추라 하는 게 말이 되나"는 케이블TV 측 모두 팽팽히 맞선다. 케이블TV업계에선 "이쯤 되면 우리가 만만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 중재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양측의 극한대립은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강대강' 송출수수료 갈등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을 기점으로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케이블TV에서 CJ온스타일 채널을 볼 수 없는 상태다. CJ온스타일이 이들 3개 케이블TV와의 송출수수료 협상이 결렬되자 끝내 방송송출을 중단하면서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케이블TV와 IPTV(인터넷TV) 등으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이번의 경우 대형 홈쇼핑 주도의 방송송출 중단이 처음인데다 케이블TV 가입자 피해로까지 이어지자, 케이블TV협회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시청자의 편의와 일상을 외면한 CJ온스타일의 결정은 케이블TV와의 갈등을 넘어 시청자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
일단 홈쇼핑 업체들은 송출수수료 인하를 해야 하는 이유로 TV 시청률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를 든다. 소비자들이 TV로 홈쇼핑을 덜 보니 그만큼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자사 가입자 감소분과 방송 매출 증감분 등 데이터를 감안해 그동안 송출수수료를 낮춰왔다고 반박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케이블TV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은 전년 대비 240억원 가량 줄어든 7322억원이었다.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전년 대비 감소하는 데 맞춰 송출수수료를 낮춰왔다는 게 케이블TV 업계의 주장이다.
케이블TV 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홈쇼핑 업계가 정확한 매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채 수수료만 낮추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홈쇼핑 업체들이 TV방송을 하는 시간대에 추가 할인혜택을 강조하며 모바일·인터넷 플랫폼으로 구매를 유도하면서 얻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꼬집는다. 실제 대다수 홈쇼핑들은 실적 공시에서도 플랫폼별 매출을 분류하지 않아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CJ온스타일의 경우 실적 공시에서 전체 모바일 매출이 포함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취급고' 증감분만을 알릴 뿐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온전한 수수료 협상을 위해선 명확한 매출 데이터가 필요한데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홈쇼핑은 모바일·인터넷 구매 유도를 통해 방송 영업이익의 13%에 달하는 방발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 부담까지 자체적으로 덜고 있다"고 지적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대가검증협의체 자료 요청 등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며 "자사도 3개 케이블TV 사업자로부터 중복 가입자 아닌 실제 이용자 수 등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는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듯이 각자의 사업환경 등을 고려할 때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지만, 대가산정을 위해선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기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