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적어도 여객 수만큼 수수료내야
체험공간 부티크 도입해 발길 잡고
브랜드 라인업 강화·단독 상품 선봬
코로나가 끝나면 '장밋빛 미래'가 찾아올 줄 알았던 면세업계가 이중고에 처했다. 주력 고객층인 단체관광객이 줄어들며 면세점을 찾는 발길이 줄어드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이 여객 수에 비례하는 임대료 산정 방식을 도입하며 관광객 수의 빠른 회복이 도리어 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인천공항을 찾는 이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고되며 입점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도 동시에 늘어날 전망이다.
위기에 맞서는 업계의 무기는 '프리미엄'이다. 이들 기업들은 부티크 등 입점 브랜드만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을 마련해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신규 브랜드 유치에도 열을 올리며 각 사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3사(신라·신세계·현대)는 올 3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신라면세점은 3분기 3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각각 162억원, 80억원의 손실을 내며 1년 사이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주 고객층이었던 중국의 유커(단체관광객)와 보따리상(다이궁)이 현지 내수 침체에 줄어드는 동안 개별관광객의 비중이 증가한 여파다. 여기에 새로 도입된 인천공항의 임대료 산정 방식이 3사의 수익성 악화에 일조했다. 이전에는 매출과 비례해 임대료를 산정했지만 지난해부터 공항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매기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즉 3사는 매출과 관계없이 지난해 3월 인천공항 입점 입찰과정에서 제출한 금액에 여객 수를 곱한 만큼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내년이다. 그동안은 임시 매장으로 임대료가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내년 초쯤 정식 매장 전환이 완료되면 제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3분기에 정식 매장 오픈에 따른 증가한 임대료가 수익에 반영되며 적자 전환된 3사의 한숨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인천공항 4단계 확장 공사가 완공을 앞두면서 여객 수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부담이다. 공항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면세업계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공항을 찾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고가의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부티크나 시음·시향 공간을 선보이며 소비까지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신라면세점은 글로벌 공항 최초로 인천공항 2터미널에 LVMH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겔랑의 최상위 매장인 '겔랑 얼티메이트 부티크'를 오픈했다. 부티크에서는 면세 단독 상품을 선보이는 한편, 피부 및 두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장만의 경쟁력도 제시한다. 유명 브랜드가 입점한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신라면세점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 전략 중 하나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7, 8월 주류와 뷰티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달아 오픈하며 브랜드의 단독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9월 선보인 체험형 쇼핑 공간 '신세계존'을 중심으로 개별 관광객 모시기에 나선다. 14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신세계존에서는 명품 브랜드는 물론, 오설록이나 카카오프렌즈 등 폭넓은 선택지를 제안하며 세분화된 개별 관광객의 취향을 공략한다.
아울러 뷰티 브랜드 포트레를 업계 단독으로 입점시키며 트렌디한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현대면세점은 MD 역량을 끌어올리며 명품 경쟁력을 강화한다. 회사는 지난달 1, 2터미널에 각각 생로랑과 발렌시아가의 부티크를 오픈하며 기존 장점으로 여겨졌던 명품 브랜드 라인업에 힘을 실었다.
이로써 현대면세점은 총 26개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 업계 최고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보유 중인 브랜드의 할인 프로모션 마케팅을 강화해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