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부국·미래에셋·SK證 등 9곳
"강제성 조항 없어 소각여부 불투명"
이번 개선안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가 악용돼 온 문제를 고려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오너가 있는 증권사들이 보다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소각 계획을 발표한 곳을 제외하면 한국금융, 대신, 신영, 유진, 부국증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개선안에는 자사주 보유현황과 목적, 향후 처리계획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상장사들이 공시 의무 부담을 느껴 자사주를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각을 통해 주식 가치를 높여, 주가 부양에도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선 개선안에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조항이 없어, 증권사들이 실질적으로 환원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상장 증권사(20곳)들 중 발행주식 대비 자사주 비중이 5% 이상인 곳은 총 9곳이다. 신영증권이 52.6%로 비중이 가장 컸고, 부국증권(33.4%), 대신증권(21.1%), 미래에셋증권(20.5%), 유화증권(18.3%), SK증권(12.3%), LS증권(7.6%), 한국금융지주(5.2%), 유진투자증권(5.2%) 순이었다. 이들 기업의 자사주 규모를 액수로 환산해보면 2조8818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선 이들 기업이 향후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했던 자사주 제도 개선안이 올해 안에 입법화가 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최근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맞춰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한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입법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해당 개선안은 지난 6월 입법예고 됐지만, 아직까지 완료되진 못한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내 입법을 목표하고 있고, 개선안도 심사과정을 통해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다"며 "만약 개선안이 실시된다면 기업들도 전보다 자사주를 활용해 환원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선안에는 자사주 보유·처분 등의 과정에서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각·처분 등 자사주 처리 계획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공시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외에도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해 인적분할시 자사주 신주배정 제한과, 자사주 취득·처분과정에서의 규제차익 해소 등 제도상 미비점을 개선했다.
그동안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대주주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일례로 신영증권은 오너와 대표이사에게만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지급해 경영권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선 상장 증권사 중 오너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고, 아직 소각 계획을 밝히지 않은 곳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금융, 대신, 신영, 유진, 부국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도 상장 증권사들이 공시 부담과 주주, 당국 등의 눈치를 보게 됨으로써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장 증권사들이 자사주를 5% 이상 가지고 있으면, 이걸 왜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등을 상세히 공시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전보다 주주환원을 하는 방향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것이고, 소각과 관련한 모멘텀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공시를 하는 것 자체가 시장 친화적이고, 투자자들도 자사주 증감에 대해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더구나 밸류업 기조 하에 여러 상장사가 소각 등 환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안 입법까지 더해지면 주주이익에 반하는 자사주 활용을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개선안에 소각을 강제하는 조항이 없어, 증권사들이 생각보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소각을 의무화하는 등 강제력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솔선수범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