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반도체 등 신사업 투자 단행
주주가치 훼손 우려…무리한 유증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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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에코프로에 따르면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지난 4일 이차전지와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 관련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설비 투자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진행된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567만주로 발행 예정가는 주당 3만5300원이다. 최종 유상증자 규모와 발행가는 오는 12월2일 확정된다. 신주상장예정일은 12월26일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최대주주인 에코프로(지분율 31.40%)는 초과청약 20%를 포함한 배정수량의 120%에 대한 청약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자금을 통해 이차전지·환경·반도체 등 크게 세 축으로 나눠 투자를 단행한다. 전해액 첨가제, 도가니, 도펀트 등 이차전지 소재 개발과 제품 생산에 총 600억원, 온실가스 저감 생산설비 구축에 600억원, 반도체 소재 개발에 300억원을 투입한다. 그 외에도 R&D 설비 투자와 주요 원재료 구입에 각각 200억원, 301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기존에 담당해오던 친환경 분야를 제외하고 유상증자 금액의 절반 가까이 이차전지와 반도체 등 신사업에 투입하는 셈이다. 전해액 첨가제의 경우, 이차전지 소재 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만큼 사전 투자가 필요하다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올해 들어 반도체 후공정 사업이 점차 되살아나고 있어 해당 산업 진출을 속도내기로 했다.
다만 이번 투자가 적절한 시기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으로 이차전지 산업이 둔화돼 투자에 좀 더 신중함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이차전지 산업 전반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투자 역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주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시가총액(6000억원)의 30%에 달한다. 현재 총 주식 수(1530만4932주)와 비교하면 37%에 이른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이 기존 환경소재 사업을 통해 꾸준히 매출을 내고 있음에도 과도한 유상증자로 주주들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반영하듯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3만9200원으로, 전일 대비 14.13% 하락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신사업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해 2028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에코프로에이치엔의 매출은 2289억원이다. 기존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신사업 분야를 개척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종섭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는 "기존 환경 산업의 고도화와 이차전지 소재로의 사업 확장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유상증자 재원을 바탕으로 2028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