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카예프 "온몸 가리는 건 우리 민족전통성에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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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무랏 바피 카자흐스탄 하원의원은 15일(현지시간) "오늘날 검은 옷을 입은 카자흐스탄인들이 더욱 더 많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우리 미래 국익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며 종교의복 규제 적용 확대 법안을 9~10월경 무렵 의회에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130여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인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사회의 다양성을 받아들여 표면적으로 세속국가를 천명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는 카자흐민족이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 종교를 가지고 있어 전통적으로 이슬람권으로 분류되며 남성중심 문화가 매우 강한 나라다.
하지만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카싐-토카예프 현 대통령의 집권 아래 세속주의적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1년 3월에는 여성의 날(8일)을 맞아 중앙아시아 최초로 양성평등 집회를 공식적으로 허가하고 여성차별 철폐, 남성·여성의 평등한 권리 등 양성평등 중심 정책을 펼친 바 있다.
더불어 지난해 말 카자흐스탄 정부는 히잡, 부르카 등 종교적 상징성이 강한 의복을 미성년자에게 강제할 수 없다며 일명 '히잡금지법'을 내놓기도 했다. 제도 시행 초기 적지않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체로 호평을 받자 자신감을 얻은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를 성인에게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난달 쿠를타이(국정연설) 연설에서 "온몸을 검은색 옷으로 가리는 것은 우리 국민의 민족성에 어긋난다"며 "종교적 광신주의로 인해 외국 관습을 무분별하게 복사하는 것이 불과하며 이는 우리의 영적 뿌리를 훼손하고 국가적 정체성을 침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또다른 카자흐스탄 전통문화 규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거부감이 일각에서 나오는 등 히잡금지법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에르누르 라히모프 국립박물관 수석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카자흐스탄 여성들은 결혼 전에 머리를 땋고 약혼 후에 흰색 스카프인 악자울릭으로 머리를 가렸었다"며 "결혼한 여성에게 머리카락을 가리게 하는 여러 전통이 있었지만 오히려 반대로 미혼 여성과 미망인들은 머리카락을 가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누르란 바이지기툴리 신학자이자 이맘(종교지도자)은 "소련 독립 후 많은 젊은이들은 서구식 교육을 받았다. 파키스탄, 사우디 아라비아 등 기타 이슬람 국가에서는 부르카, 니캅을 강제하는데 이것은 그들의 관습이다"며 "때때로 부르카나 니캅을 입은 사람을 보기는 하지만 온몸을 가리는 검은 옷은 결코 우리 전통복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용납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