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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파보기]공사비 평당 1000만원 훌쩍… 미분양 속출→집값 상승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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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4. 05. 07. 18:03

원자잿값 인상에 분양가 고공행진
서울 동대문 등 시세보다 1억~4억↑
조합원 부담, 일반 분양자 몫으로
"고분양가 논란, 알고보니 로또단지"
학습 효과에 주변 집값까지 '들썩'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정비사업도 결국은 조합과 시공사 양측 모두 이익을 내야 하는 사업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땅주인인 조합은 일반분양 수익으로, 시공사는 공사 이윤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았지만, 수년째 이어진 고금리·고물가로 분양경기가 침체하고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이익이 여의치 않자 분양가 인상으로 최대한 손해를 일반 분양계약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일반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주변 집값마저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조합과 시공사의 팽팽한 이해관계에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분양자가 떠안고 있다.

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지난 3월 말 기준 3.3㎡당 3801만원으로, 1년 전(3067만원)보다 24%나 뛰었다. 수도권의 3.3㎡당 평균 분양가도 2597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 올랐다.

공사비 상승 여파다. 최근에는 공사비 3.3㎡당 1000만원 시대도 열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3.3㎡당 1070만원에 수주했고,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은 3.3㎡당 공사비 1300만원으로 정비사업 중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보통 원가에 개발이익을 추가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인데, 최근 분양 원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공사비(건축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고분양가 책정 여파로 미분양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3350만원을 책정한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 재개발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분양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118가구를 팔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12억∼14억원 선으로, 같은 해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의 동일 평형 최고가(10억9900만원)보다 2억~4억원가량 비싼 게 미분양 원인으로 보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상도11구역 재개발 아파트)도 수차례의 청약 시도에도 잔여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분양 당시 전용 84㎡형 분양가를 최고 13억9300만원대로 책정했다. 인근 역세권 신축 단지인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비싸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고분양가에 미분양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조합이 가격(일반분양가)을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당장은 미분양이 나겠지만 결국은 집값이 오르면서 분양가 이상 오른다는 믿음도 있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이 그 예다. 2022년 말 분양 당시 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은 데다 고분양가 논란으로 899가구가 미분양됐지만, 현재는 '로또 단지'로 평가받고 있다. 전용 84㎡형의 경우 분양가가 13억원이지만 현재 20억원 중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뉴타운 등 신흥 주거지를 중심으로 이같은 학습효과에 분양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방화뉴타운 방화5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전형 84㎡형 일반분양가를 11억900만~12억5000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방화뉴타운 유일 분양 단지인 '방화6구역(강서 센트럴 아이파크)'의 같은 평형(8억79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둔촌동의 경우 전용 84㎡ 기준 최근 3개월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이 2.35% 올랐다. 같은 기간 강동구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0.61%와 0.65% 오른 것과 비교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가파른 분양가를 낮출 뾰족한 묘수는 없다. 제도적 장치 마련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조합원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주택 수요자들이 주변 시세 등 데이터를 꼼꼼히 따져보면서 시장 가격을 주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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