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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쿠바 수교 막전막후…北 속이며 007 작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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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 박영훈 기자

승인 : 2024. 02.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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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국기를 흔드는 학생들 모습./연합뉴스
14일 밤 전격 발표된 한국-쿠바 간 외교 수립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북한과 형제국인 쿠바와 수교를 맺은 것은 1990년대 북방외교 이후 최대 외교성과로 꼽히지만, 외교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양국은 장기간 물밑 대화를 진행해 왔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다. 이번 수교로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 수교 공감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에 나섰던 1996년에서 비롯됐다. 본격적인 수교 교섭 제안은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 들어 이뤄졌다.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은 쿠바 측 입장을 배려하며 방해를 최소화해 양국 간 합의에 이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협상 과정은 극비리로 진행됐다.

외교부 내에서도 여유를 두고 엠바고 사실을 알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막판 까지 상황이 어떤식으로 진전될지 예측할 수 없는 관계로 전날(14일) 밤 10시 30분 경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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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6월 5일(현지시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합의는 긴박했지만 길게 보면 20년, 짧게는 8년 간 지속해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는 등 수교를 추진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미적지근한 관계가 급물살을 탄건 연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였다. 윤 정부 초기 부터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가지고 수교 협상을 본격화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과테말라에서 쿠바 외교 차관을 만나며 관계를 텄고, 같은 해 9월 유엔 총회 도중에도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릴라 쿠바 외무 장관과 비공개로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회담 당시에도 북한을 염두해 신중하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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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결판"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한·쿠바 수교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외톨이가 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가 북한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서, 미국에 반대하는 북한-러시아-벨라루스 연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홍선미 기자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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