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해외자산 투자 증가에 고금리·고환율 여파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책도 자본비율엔 부담
4대 금융지주 모두 신종자본증권 발행해 선제대응
금융지주의 BIS 비율 하락은 크게 두 가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대출·해외자산 투자가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고환율 현상으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 데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시행 등 주주 환원책을 적극 실행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미래 위험 요소에 비해 아직 자본 비율이 건실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제 대응 필요성엔 입을 모았다.
◇기업대출·해외자산 투자에 위험가중자산↑…주주 환원책도 자본비율엔 부담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BIS 비율은 △KB 15.6% △신한 15.8% △우리 14.2% △하나 15.9%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하락폭은 0.2~0.9%포인트 사이였다.
BIS 비율은 금융사가 지니고 있는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기초체력이 높다고 본다.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과 배당 여력 등 보유자본의 질적인 면을 가늠할 수 있어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주요 금융지주의 BIS 비율 하락세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 대출과 해외자산 투자를 늘린 여파다. 이 시기에 금리와 환율이 상승하며 위험가중자산이 불어나 자본비율을 끌어내렸다.
금융지주가 일제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정책에 나선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분기배당금 주당 500원과 함께 15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보통주 1주당 각각 150원, 800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신한금융은 추후 이사회에서 분기배당 금액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미래 위험요소 선제 대비
금융지주 4곳의 공통적인 대응책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채권이다. BIS 비율을 산정할 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금융사들이 자본비율 제고 수단으로 활용한다.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이달 각각 최대 5000억원,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지난달 우리금융지주도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연 4.99% 금리로 발행했으며,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6월 4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4.55% 금리로 발행했다.
금융당국은 통상 BIS 비율을 8~10%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모두 권고치를 웃돌긴 하지만, 올해 수치가 연속적으로 하락한 데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겹치면서 선제적인 자본 확충 필요성이 높아진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확보한 자본 규모가 미래 위험 요소에 비해 건실한 편이기 때문에 자본 확충이 매우 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 중"이라며 "다만 BIS 비율이 소폭씩 하락세를 보인 탓에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익성 확대 도모 등 혹시 모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