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선 "트럼프만이 중국에 강경대응 할 수 있어"
보트피플 출신 다수인 미국에선 "공산주의·사회주의 막고 민주주의 지킬 것"란 이유…세대갈등도
|
미국 시민단체인 아시안태평양계미국인투표(APIAVote)의 최근 리서치에 따르면 베트남계 미국인 46%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베트남 본토의 베트남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중국에 강경 대응하는 용감한 정치인…경제·정치 성공사례”
기자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는 베트남 공산당 고위 관료 일가는 4일 밤 격전지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를 좁히자 “어려운 순간이지만 그가 이 시련을 잘 이겨내고 다시 설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와 참모들이 눈을 감고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듯한 사진 몇 장도 함께 첨부됐다. 다른 공무원·교사 심지어 대학생들의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던 주변 사람들과 그룹도 거의 대부분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아버지가 공산당 고위 관료이고 자신도 중앙부처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우리 당과 정부에서는 중국을 의식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문제에도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도 익명을 요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취하는 강경한 태도가 베트남에겐 도움이 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의 군사·문화적 교류를 확대하려 하고 있고 이것이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라 답했다.
현지 인터넷 뉴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것이고 이겨야만 한다”는 댓글이 대다수였다.
하노이 국가대학교에 재학하며 미국 유학을 준비중인 대학생 꽁(23)도 트럼프 지지자다. 그는 아시아투데이에 “나와 주변 친구들에게 있어 트럼프는 거침없이 자유분방한 미국의 정신과, 얼마든지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의 상징이다.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도이머이(쇄신)’로 대표되는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에 눈을 뜬 베트남 국민들에게 트럼프는 경제적 성공은 물론 세계 최대 강국 미국의 대통령이란 성과까지 거둔 ‘성공 사례’인 셈이다.
중국에 대한 강경대응과 함께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그의 쇼맨십도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큰 흥미를 끌었다.
베트남 기자인 린 응우옌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트럼프 지지자는 트럼프를 오락적으로 소비하는 사람과 ‘굉장한 트럼프 팬’이 있다”고 말했다.
◇ 보트피플 출신 베트남계 미국인들 트럼프 사랑에 세대 갈등도
APIAVote의 최근 리서치에서는 베트남계 미국인들 46%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가장 큰 이유는 베트남계 미국인들 대부분이 베트남전쟁 이후 공산정권을 피해 1970년대 중~후반 미국으로 이민을 온 보트피플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히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싫어하고 그것을 막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인물”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와 성향이 다른 2세대 베트남계 미국인들로 대선을 둘러싸고 세대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는 2세대 베트남계 미국인인 쿠키 즈엉이 트럼프에게 투표하려는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20여 페이지 분량의 발표를 준비하고, 설득에 성공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쿠키의 사례는 운이 좋은 경우다. 마이클 응우옌(35)씨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부모님과 크게 싸웠다. 우리도 유색 인종이고 이민자 출신인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겠다고 ‘블랙라이브스매터(BLM·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반대하고, 그의 이민정책에 대한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데서 세대차이를 극심하게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