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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덴마크 사회진보당대표 사퇴...덴마크 미투 운동, 정치권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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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덴마크 통신원

승인 : 2020. 10. 08. 23:49

덴마크 사회진보당 대표, 9년전 동료의원 성추행 은폐하려다 사퇴
사회진보당 의원 "2011년 국회 입성 때 권력 동료 남성의원 허벅지 만져"
방송인, 직장 내 성희롱 경험 공유, 덴마크 미투운동 확산
덴마크 사회민주당 사진
모텐 외스터고어 덴마크 사회진보당 대표(왼쪽 여섯번째)가 7일(현지시간) 성희롱 문제로 사퇴했다. 로테 롤 사회진보당 의원(여덟번째)은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사회진보당은 이날 신임 대표로 소피 카슨 닐센 부대표(다섯번째)를 선출했다./사진=사회진보당 홈페이지 캡처
모텐 외스터고어 덴마크 사회진보당 대표가 7일(현지시간) 성추행 문제로 사퇴했다.

외스터고어 대표는 과거의 잘못에 더해 이를 투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처리한 추가 잘못으로 인해 동료들과 당내,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한다고 말했다. 사회진보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16석을 얻은 덴마크 제4당이다.

앞서 로테 롤 사회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성추행 문제를 제기했다. 롤 의원은 2011년 국회에 입성했을 때 당시 권력을 가진 동료 남성의원이 자신의 허벅지를 만졌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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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텐 외스터고어 덴마크 사회민주당 대표/사진=외스터고어 대표 페이스북 캡처
롤 의원의 폭로는 이보다 앞서 방송인 소피 린데가 자신의 직장 내 성희롱 경험을 공유하면서 촉발된 덴마크 내 미투 운동이 정치권으로 번지는 촉매제가 됐고, 결국 외스터고어 대표가 사퇴하게 된 것이다.

롤 의원은 성희롱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진보당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앞에 나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더이상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롤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당 지도부는 이를 비공개 사안으로 진상조사를 한 뒤 종결 처리해 당내 비판을 샀다. 시기와 성추행 가해자, 그리고 행위 내용, 이에 대한 조치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지도부가 연루된 게 아닌가라는 관측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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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 롤 덴마크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사진=롤 의원 페이스북 캡처
외스터고어 대표는 전날 국회 개회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고 짧게 말했다.

그는 뒤이어진 질문에도 개별 사건에 대해 답변할 입장이 아니고, 해당 의원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한 후 사안 처리가 종료됐다며 사건과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건을 서둘러 비공개로 종결 처리한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면서 당은 이날 비공개 긴급회의가 소집했고, 7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외스터고어 대표의 사퇴라는 극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9년 전 허벅지에 손을 얹은 사안으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은 너무 큰 징벌이라는 동정론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과거의 잘못뿐 아니라 당과 지도부의 치부를 밀실 처리로 숨기려 했다는 처리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회진보당은 성희롱 문제가 당과는 연관이 없는 것처럼 거리를 둬왔으며, 정치권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며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번 사건의 충격과 여파가 더 크다.

정치 평론가들은 외스터고어 대표의 사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덴마크 정치계에 있어서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건은 신호탄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많은, 심각한 사안이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스터고어 대표의 후임은 당내 경합을 통해 소피 카슨 닐센 부대표가 선출됐다. 닐센 신임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생긴 당내 균열을 봉합하며 새 국회 회기를 이끌어가야 할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됐다.
이해인 덴마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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