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모량 알 필요 없다”… 노스페이스 소비자 패싱

고객들 "보온성 정보 확인 못해"
전문가 "소비자 알권리 침해행위"
회사측 "공개 의무 없는 품질사항"

영원아웃도어에서 전개하는 업계 1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자사 패딩 제품의 우모량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패딩 구매 시 보온성을 결정 짓는 충전재의 종류와 중량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대부분의 업체들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노스페이스는 유독 내부기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노스페이스가 패딩 등에 들어가는 우모량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가 수십 만원대의 패딩을 구입하면서도 정작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노스페이스 패딩 구매에 앞서 우모량을 물었는데 내부 기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가격대비 우모량을 비교 당할까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내년부턴 노스페이스를 안 살 것 같다”며 “우모량 공개도 안 하고 만져보면 푹신한 느낌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모량은 다운패딩의 보온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우모량이 300g이상일 경우 헤비다운, 300g미만일 경우 중량다운, 100g은 초경량 다운으로 분류되며 600g이상일 경우 전문가용 헤비다운으로 분류된다.

노스페이스와 달리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충전재의 중량, 즉 우모량을 소비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K2 포디엄 모델은 100호 기준 400g, 90호 기준 320g의 충전재가 들어있다. 블랙야크 BN히트벤치다운 95호 기준 310g, 네파 사이폰 벤치 다운의 경우 100호 기준 424g이 충전돼 있다. 이 밖에 디스커버리·아이더·내셔널지오그래픽 등도 이러한 정보를 표시하거나 문의할 경우 답변을 하고 있다.

한 아웃도어업체 관계자는 “제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알고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제품에 관련된 주요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가 이처럼 우모량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기본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 2항에서는 소비자가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제19조 3항에서는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직접 충전재의 우모량을 확인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우모량을 공개하고 있다는 것은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게 소비자에게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감시팀장도 “우모량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불만을 가질 만하다”며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상품의 정확한 정보를 고시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스페이스측은 “당사는 관련법을 준수해 품질표시사항을 공개하고 있으며, 우모량은 관련법 상 품질표시사항에 포함되지 않아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