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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과 시민단체는 21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1100만 비정규직 촛불 행진’을 열었다.
인천, 강원, 경남,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위험의 외주화를 즉각 중단하라’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너는 나다 우리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이어서 죽었다 더 이상 죽지 마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얇고 하얀 민복 차림으로 행렬 맨 앞에 선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손팻말에 자신의 이름과 회사명, 담당 업무를 적고 △노동악법 폐지 △불법파견 책임자 처벌 △정규직 전환 직접 고용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신대원 한국발전기술 노조지부장은 “고(故) 김용균씨의 비보를 들었을 때 ‘오지 말아야 할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씨는 “용균이의 마지막 바램을 우리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신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씨와 같은 회사를 다녔다.
생산라인 검사업무를 맡았던 유흥희 기륭전자 파견노동자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살아도 산 게 아니고 죽어도 제대로 눈조차 편히 감을 수 없는 신세”라며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라고 호소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도 “김씨가 일했던 발전산업은 공기업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의 정규직을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평등과 생존을 향한 촛불 행진을 통해 김씨의 유언을 행동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는 “사람이 죽어도 국회와 정부는 말이 없다”라며 “오늘 집회는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6시께 발언을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까지의 촛불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면담 요청, “내가 김용균이다” 촛불 문화제를 등 일정을 소화한 뒤 22일 아침까지 노숙농성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참가자들은 집회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비정규직의 삶을 바꾸고 싶었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싶었던 김씨의 유지를 받들고자 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