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로 자금 보낸 K씨, P씨 등 기록 삭제, 대출이자 중복인출
이러한 이면에는 A금고가 새마을금고중앙회(회장 신종백, 이하 중앙회) 전산시스템 외에 별도의 전산프로그램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A금고는 또 통장의 경우 과거부터 현재까지 거래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돼 있는데 D교회의 거래내역을 거꾸로 출력해 줘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도록 한 의혹도 나온다.
이는 금고가 서민들의 자금을 마음대로 활용한다는 의미여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또 중앙회의 전산시스템 정비, 전국 금고에 대한 이중전산 사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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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이번 분석을 위해 2008년 1월 1일부터 210년 10월 18일까지 입수한 전산원장과 같은 기간의 통장사본을 일일이 대조했다.
2007년 11월 1일부터 2010년 10월 18일까지 거래된 통장 사본은 모두 9개로 재발행번호는 25번부터 33번 까지다.
본지는 이 가운데 2010년 2월 26일부터 같은 해 6월 28일까지의 기록을 담은 32번째 통장은 확보하지 못했다.
통장당 인쇄되는 거래횟수가 26번째부터 27번째까지는 183차례, 28번째 이후는 184차례였다.
본지는 사라진 32번째 통장 복원을 위해 D교회 통장에서 자금이 인출된 뒤 재입금되는 시점에 잔액을 맞춘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나머지 통장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32번째 통장의 거래횟수는 185회로 1회 더 많았으나, 통장 인쇄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분석 결과 전체 2980건 가운데 전산원장에는 있으나 통장에는 없는 1428건이 발견됐다. 또 1건은 전산원장과 통장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 전산원장에는 1014건이 거래됐지만 통장에는 530건만 표시됐다. 2009년(전산원장 1118건, 통장 540건), 2010년(848건, 483건)에도 절반 정도의 거래내역이 통장에서 사라졌다.
거래금액 또한 전산원장에는 43억6822만원 입금, 43억4123만9원 출금으로 표시됐지만, 통장에는 입금 16억7189만원, 출금 16억5961만원이었다. 입금과 출금이 각각 27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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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교회 통장에는 전산원장에 있는 △예금이자·특정인 거래 삭제 △대출 이중출금 △창구거래 안 하는 기간 자금 유용 등의 기록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 때문에 A금고가 조직적으로 고객 전산원장을 이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본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D교회 통장에는 매년 1월 1일과 7월 1일에 게재돼야 할 보통예탁금 이자가 사라졌다.
2008년에는 1월 8만885원, 7월 5만6188원 등 1만3428원의 이자가 삭제됐고, 2009년에도 2차례에 걸쳐 1만3428원의 이자 기록이 통장에는 없다. 2010년에는 7월 1일에 받아야 할 이자 4569원은 통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또 D교회로 추정되는 636건, 2008년부터 2010년 7월까지 매월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D교회로 송금한 K모씨, P모씨 등 특정인과의 거래기록도 사라졌다.
이 외에도 D교회와 거래한 수십여명의 기록이 통장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D교회가 대출받은 계좌로 송금한 금액도 통장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출이자의 경우 통장잔액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출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출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A금고가 D교회 자금을 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통장거래가 끝나는 시기와 시작하는 시기를 맞췄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실례로 통장과 전산원장을 보면 2010년 8월 11일 D교회는 헌금 입금으로 통장에 2902만원이 남았다. 헌금 입금이 끝나자 같은 날 5차례에 걸쳐 2323만원이 인출됐다.
이후 8월 18일 D교회에서 헌금 403만원을 입금하러 오자 A금고 측은 8월 11일 인출한 금액을 곧바로 입금시켜 잔액을 맞춘 뒤 통장에는 입출금 기록을 삭제했다. D교회도 모르게 10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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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입수한 통장 사본 또한 거래 후 잔액이 다르고, 일부 거래가 삭제되는 등 엉망진창이었다.
2010년 10월 11일 통장에는 2902만원이 남아있다. 이어 같은 해 10월 18일 403만원을 입금했는데 잔액은 30만원 모자란 3275만원이다.
403만원 거래를 전후 30만원 출금 사실은 전산원장에도 없어지는 등 거래금액이 증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0년 8월 23일과 26일 사이에 10만원이 사라졌고 같은 해 2월 1일부터 8일 사이 통장에는 공란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3건의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는 2008년과 2009년에도 발생,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전산원장은 고객 거래의 원본을 기록한 것이고, 그것을 그대로 출력한 것이 통장인데 어떻게 다를 수 있나”라고 말했다.
A금고가 중앙회 전산시스템 외에 추가로 전산프로그램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이중전산 의혹’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특정인을 위해 별도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는다”며 “해당 금융기관의 사례를 보면 정상적인 프로그램 외에 별도로 무언가를 설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 눈 속이는 전산원장(?)
전산원장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현재부터 과거까지 출력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객의 눈을 속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장거래내역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정하게 게재되는데 이를 거꾸로 표시하면 고객으로선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오류를 찾아내기도 그 만큼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산원장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출력해야 통장과 대조가 쉬워지고, 해당 고객의 자금흐름도 쉽게 파악한다”며 “전산원장을 거꾸로 출력해 혼동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앙회 측은 공식적인 설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회 측은 “거래가 발생한 금고와 거래당시 상황 등 거래의 내역을 특정해야 답변이 가능하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행정자치부(장관 정종섭)는 본지가 A금고의 이중전산의혹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감사인원을 현장에 급파해 원인파악에 나섰다.
행자부는 이번 감사에서 △중앙회 이외의 전산 프로그램 사용여부 △중앙회에서 알고 있는지 여부 등을 집중 파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