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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군 법무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26일 병영 혁신과 군대 인권보장의 핵심인 군 사법개혁이 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전직 군 법무관들은 절대로 군인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군 사법개혁도 지금 정도 선에서 ‘말로만’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했다.
현행 우리 군 사법체계 중에서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는 평시 군사법원 존폐 문제와 지휘관이 감형할 수 있는 관할권 확인조치, 법무장교가 아닌 일반장교가 재판부에 참여하는 심판관제도 등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단체는 평시 군사법원을 운용할 필요가 없고 관할권 확인조치와 심판관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전직 한 군 법무관은 “현재 우리 군 사법체계가 미군 시스템을 많이 모델로 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군의 지휘관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장교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미군이 전 세계 분쟁 지역에 나가 주둔하기 때문에 판사가 일일이 부대를 따라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미군은 분쟁 지역에 나가 주둔하기 때문에 전시 상황의 군사법원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상황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른데도 맹목적으로 미군 사법체계를 그대로 갖다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군이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민간법원에서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군 검찰은 두되 군사법원은 각군 사단이나 군 직속이 아니라 민간에 맡기거나 최소한 국방부장관 직속으로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군 내부의 기류는 일선 지휘관과 군인들이 군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인식과 반발이 강하다. 사법적 지식도 없으면서 재판권과 감경권을 비롯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반발이 군 사법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 군 소식통은 이날 “그동안 군 사법개혁 방안 중에 하나로 논의됐던 대구·원주·용인·광주·육군본부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군 안이 아닌 민간 지방 법원 안에 군사법원을 두는 방안도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럴 경우 군 판사는 국방부장관 직속 통제를 받고 아예 민간인이나 계약직 군무원으로 뽑는 방안도 강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렇게 되면 장기 장교인 중위나 대위 군 법무장교들이 지휘관들의 영향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와 달리 육군28사단 윤모 일병 사건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 아들인 남모 상병 사건에 대한 군의 은폐·축소 논란 자체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방부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 군 사법개혁은 아예 논의를 배제하고 군사 옴부즈맨 도입 문제도 장기 검토 과제로 넘겨 병영 혁신 의지와 진정성 자체에 대한 강한 의심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