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 개별 배송업체 소비자 기만 행위 알면서도 '책임회피'
“신용카드 배송은 배송직원 기분 내키는대로(?)”
새로 발급된 신용카드를 배송하는 업체의 횡포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시중은행 및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들어 배송업체의 횡포와 불친절로 신용카드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직장인 이 모씨(31)는 지난달 K카드를 발급받고 배송업체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배송업체 측 직원은 “집에 사람 있느냐”며 따지듯 물었고 이씨는 “지금 집에 아무도 없을 거 같으니 오후 늦게 배송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직원은 배송업체명이 아닌 K카드에서 왔다며 “왜 집에 사람이 없냐, 어디 맡길 곳도 없느냐”며 이씨에게 따져물었다.
이씨는 “왜 신용카드를 맡기려 하느냐. 오후에 배송 바란다”고 전하자 배송업체 직원은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었다.
S카드를 발급받은 박 모씨(30)는 배송업체 직원의 전화에 몇 일간 전전긍긍했다. 카드 배송업체 직원이 “집 앞에 왔는데 사람이 없다”는 말에 박씨는 나중에 오라고 전했다.
업체 직원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알았다”고 답했다. 배송직원이 예고도 없이 박씨의 집에 찾아온 것이다.
박씨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배송직원이 짜증낸 자신의 말에 해코지를 할까 가족들에게 신신당부하기에 이르렀다.
또 지난 1월 A은행에 신용카드 재발급을 신청한 김모씨(29·회사원)은 현재까지 자신의 카드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배송업체의 실수로 카드 배송원이 정상 발급된 신용카드를 김씨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주부 최 모씨(35)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오전 8시경 대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신용카드 배송원 이었던 것.
최씨는 “아무리 급하다지만, 아침 일찍부터 미안한 기색도 없이 방문한데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배송업체의 불친절에도 카드사는 카드발급만 전담할 뿐 배송은 전담업체에 위임하고 정작 고객들의 문제는 귀 기울이고 있지 않다.
특히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송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아무런 대책마저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신주아 우리은행 카드전략부 차장은 “국내에 카드 배송업체는 몇 개 안된다. 고객이 불편하다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것은 아니다. 배송원들의 자질 문제가 없지 않아 있다. 카드 배송에 문제가 생기면 배송업체가 책임을 진다”며 카드 배송의 책임을 회피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각 카드사에는 민원파트가 있다. 발송은 각사에서 처리한다. 발급은 개별적으로 카드사가 처리함으로 발송이나 발급에 관해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차경욱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해마다 새로 발급되는 신용카드는 1억장 가량되는데, 카드배송은 제조물 책임법과 연결된다. 생산·판매·유통의 모든 과정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또 “소비자는 배송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다. 카드사는 소비자와 계약을 맺은 것이고 배송업체는 따로 고용한 것”이라며 “카드사가 배송업체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류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