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문화재 보존을 위해 서울시가 지정하는 ‘서울시문화재’가 투명하지 못한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의 위원 위촉과 회의 등이 문화재 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21일 서울시와 민속학계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는 320여개의 유형문화재와 기능분야 23개·예능분야 13개 등 36개 종목 보유자 38명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서울시문화재 지정을 담당하는 곳은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 40여명이 위원으로 위촉돼 5개 분과로 나누어 지정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이들 위원이 위촉되는 방식은 추천 방식으로 진행되며 선정된 위원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 6월 진행된 ‘서울시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문화재 심의 회의에서 진행된 위원들의 발언은 모두 ‘OOO’으로 표기돼 주요발언 내용만 실렸다. 실제 위원들이 어떠한 점을 이야기하고 선정했는지 여부가 공개되지 않는 등 형식적인 회의만 진행되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무형문화재 인정 심의의 경우 ‘한 명이면 충분하다’며 부결하고 또다른 종목 보유자 인정 심의는 ‘여러 단체에서 전승이 잘된다’는 말 한 마디로 심의를 마무리했다.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 8조 2항에서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할 만한 자가 있으면 그자를 추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969년부터 서울시문화재를 지정했으며 1989년부터 서울시무형문화재를 지정해 지방문화재를 관리 중이다.
하지만 위원 위촉의 경우 추천에만 의존하고 있고 문화재 지정과 관련해 ‘민원’이 발생할 것을 염려한 서울시는 문화재 심의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무성의한 관리를 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정책팀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 위원 위촉은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하기 어렵다. 여러 경로로 추천받는다. 회의는 분기마다 진행되며 회의록에 위원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민원이 시달릴 수 있어서 내용만 공개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민원이 두려워 심의 위원들을 감싸는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지방문화재 심의를 1년간 4번 가량의 회의로만 결정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지정과 관련해 한 위원은 전문 지식이 없으면서도 해당 문화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무성의한 문화재위원회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한병연 서울시 문화재정책팀장은 “문화재 가치가 있다면 전문가들이 판단해 인정하는 것으로 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한다. (위원 명단 공개는) 심의에 영향을 미치는 로비 등이 진행될 수 있어 공개는 안 한다”고 말했다.
국가 중요문화재 심의위원의 경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단이 공개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이와 반대된 행동을 하고 있다.
또한 명단 공개가 문화재 심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위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서울시문화재 위원’을 공개하고 있어 결국 서울시가 이력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주먹구구식 문화재 관리는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된 심의를 하지 않는 위원들에게까지 회의 수당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속학 전문가는 “(추천식 위원 위촉은) 객관성을 가져야 하고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문화재 지정에 대해 전문가들이 책임을 지고 신경써야 하는데 시간에 쫓겨 잘못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잘못된 제도 운영에 따른 실수를 용인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재 심의) 회의는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전문성이나 양심만을 믿고 맡겨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