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그레인컴퍼니 |
김학수 농수산물유통공사(aT) 그레인컴퍼니 사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미국 곡물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활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aT 그레인컴퍼니는 aT와 삼성·한진·STX의 민관합동 합작회사로, 옥수수와 콩 등 국내 곡물수급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수출엘리베이터(곡물처리저장소)를 가진 곡물회사의 인수 혹은 지분투자(조인트벤처)를 추진하고 있다.
김 지사장은 “곡물회사 1개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또다른 1개사와는 지분 참여와 시설 장기사용권을 협의 중에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총 2곳과 조인트벤처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T 그레인컴퍼니는 여러 곡물기업에 인수·합병(M&A) 의사를 타진한 결과 조건이 맞는 10개 기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접촉해 온 바 있다.
이 회사는 올해 M&A를 성사시켜 내년도부터 곡물 시범 수출을 시작하고, 2015년까지 곡물 315톤(콩은 35톤, 옥수수는 230톤, 밀은 50톤)을 이같은 방식으로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민연태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은 “옥수수가 에탄올 등 바이오에너지로 전용되고, 중국의 수요가 커지면서 곡물사업이 활황이라 진입이 쉽지만은 않지만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확충하기 위한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aT 그레인컴퍼니의 설립목적은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곡물 수급을 위해서다. 현재는 옥수수, 콩 등 주요 작물의 생산과 유통이 카길과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등 미국 곡물 메이저 회사들에 장악돼 있어 가격급등 시 여파가 국내시장에 그대로 반영돼 물가가 치솟는 문제가 있다.
실제 2008년 곡물가격 급등(애그플레이션) 시 국제 밀 가격이 73.3% 상승하자 국내 밀가루와 농협사료 가격도 63%로 수직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주요 곡물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
aT 그레인컴퍼니의 롤 모델은 일본의 젠노(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다. 1970년대 이들은 미국 곡물회사인 CGB를 인수하고 자체 수출 엘리베이터를 건설했다. 그 결과 곡물가격이 급등한 2008년 미국회사보다 29% 낮은 가격으로 곡물을 공급, 일본시장에 미치는 곡물가격 영향을 최소화했다.
중국과 남미 등도 곡물을 수출하지만 미국시장은 세계에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세계 2위 규모의 곡물시장이다. 미국은 매년 옥수수 3억2000만톤, 밀은 6000만톤을 생산하는 등 연간 세계 곡물 무역량 2억8000만톤 가운데 27%(7500만톤)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2000년대 이후 곡물산업을 전면 민영화했기 때문에 정치적 변동에 따른 위험이 적고, 곡물조달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선물이나 옵션시장이 잘 발달돼 있어 리스크관리도 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올해말까지 산지 곡물조달을 위한 거점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곡물시장에 대한 그림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