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의 투표행렬은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까지 계속 됐다. 일부 투표장에서는 유권자들의 대기행렬이 길어지면서 “6시가 넘으면 투표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도 받았다고 한다.
당사에서 투표 현황을 예의주시하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젊은층의 ‘작은 반란’을 눈치 채지 못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통해 전파된 ‘투표 인증샷(투표를 했다는 인증사진을 SNS에 올리는 행위를 일컫는 인터넷 용어)’은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한나라당은 요동치던 SNS 민심을 파악했다. 당시 모 대변인은 당사에 있던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냐”고도 했다. SNS의 중요성은 지방선거 전부터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계속 거론됐던 얘기다. 그러나 정작 선거 당일에는 SNS의 위력을 잠시 간과했던 모양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한나라당의 참패였다. 오후 6시 당사에서 출구조사결과를 지켜보던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의 안색이 바뀌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6·2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2006년 5·31 제4회 지방선거에 비해 30대 이하의 연령층의 투표율은 상승했지만 40대 이상의 투표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인 노홍철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인증샷. |
SNS의 대표 격인 트위터가 국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99년 5월부터다. 당시 구글 코리아와 삼성이 트위터를 개설하면서 국내 네티즌들에게 이목을 끌었다. 이후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선수가 트위터를 개설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2009년 가장 먼저 트위터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특임장관이 일찌감치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정치인 중 가장 많은 팔로워를 자랑하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트위터. 10일 현재 팔로워가 19만6000명에 달한다. |
가장 많은 팔로워(followers·트위터 구독자)를 자랑하는 정치인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다. 19만명을 넘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곧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9만명에 육박해 뒤를 이었고 한명숙 전 총리가 5만명,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3만명이다.
◇ 왜 SNS인가?
정치인들은 SNS를 통해 유권자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NS는 모바일 확장성이 뛰어나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SNS 사용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휴대전화 사용자 5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3명 이상이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 등의 SNS를 이용하고 있다.
SNS는 또 기존의 미디어와는 달리 스마트폰을 통한 즉시성과 확정성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빠른 포스팅이 가능해지고 또 이를 구독하는 팔로워를 통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확장력을 지니고 있다. 일차원이 아닌 네트워킹을 이용한 다각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파급력도 거세다. 이런 변화를 웹 2.0시대라고 부른다. SNS가 대개 이 웹 2.0을 구현한 서비스다.
정치인들이 주목하는 점도 바로 이 파급력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전 인터뷰에서 “아무리 발로 뛰어도 경남 유권자의 2%도 못만난다”고 했다. 그러나 팔로워가 많은 정치인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수십만명의 유권자를 만날 수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트위터 |
추형관 선관위 법제기획관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후 지금까지 트위터 등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 규제의 찬반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최근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해 2012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많은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유권자의 입장에서 효과적인 정치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해다.
선관위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예비후보자 외에 어떤 사람도 정당이나 입후보 예정자에 대한 지지, 반대 등을 트위터에 게시할 수 없고 예비후보자가 보낸 선거운동 정보를 받은 팔로워가 자신의 또 다른 팔로워에게 해당 선거운동 정보를 '리트윗'해서는 안 된다’고 규제했다.
◇ SNS 정치, 부작용은 없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 괴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15일부터 트위터에는 “속보-유럽국가들 대한민국까지 방사능 노출 국가로 여행금지구역으로 속속 발표! 방사능 오염 위험지역으로 선포하고 여행금지 국가로 발표!”라는 멘션이 급속도로 퍼졌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 루머는 CNN이나 BBC 등 유력 외신이 보도한 것처럼 포장돼 리트윗(RT:retweet·누군가 쓴 메시지를 자신의 팔로워에게 재전송하는 것) 됐다. 그러나 확인결과 이같은 멘션은 결국 허위로 밝혀졌다.
SNS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다. 허위 정보와 루머들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그대로 SNS를 통해 겉잡을 수 퍼진다는 것이다. SNS 사용자가 모두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트위터 상위 10%의 사용자가 전체 메시지의 90%를 작성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보의 흐름을 쥐고 있는 상위 10%가 주도하면 여론의 쏠림현상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의 편향성 우려는 SNS만의 문제는 아니라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SNS 정치를 규제할 경우 소통이라는 SNS 본연의 역할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의사소통의 지나친 통제보다는 사용자 스스로의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