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한솔병원 대표원장 |
종합병원에 근무하고 있다는 A씨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거의 매년 항문농양 제거수술을 받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농양의 위치가 점점 높아지고 지난해에는 치루가 되어 그 병원에서는 더 이상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다른 종합병원에서 농양제거와 치루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에 다시 같은 부위가 뻐근하고 고통스러워 MRI 촬영을 한 결과 같은 위치에 또 농양이 생겼다며 우울증 증세까지 생겼다고 호소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하고 환자의 고통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웠다. A씨와 같은 항문 주위 농양과 치루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질환이다. 항문 속에는 대변이 잘 나오도록 점액을 분비하는 항문샘이라는 분비선이 4~10개 정도 존재한다. 이 부위가 곪아 농양이 생기는 수가 더러 있는데, 곪는 일이 자주 반복돼 만성이 되면 치루로 악화된다.
초기 증상은 변은 부드러운데 배변 직전 따끔거리거나 무지근한 통증이 느껴지고 혹은 항문 주변이 전체적으로 부은 듯하고 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번쯤 치루를 의심해보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하게 되면 곪았던 항문샘 부위가 다시 감염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항문샘 줄기를 따라 염증이 깊게 퍼질 수도 있다. 염증이 깊어져 항문 주변을 뚫고 나오는 최악의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면, 항문 주변에 또 다른 ‘작은 항문’이 생겨, 심한 경우 이곳으로 누런 고름과 함께 가는 변이 빠져 나올 수도 있다.
만성 치루는 매우 고통스럽다. 항문 주변은 고름으로 엉망이 되고, 냄새와 불쾌감으로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게 된다. 게다가 항문암으로 발전하거나 혹은 괄약근 손상을 일으켜 항문기능을 아예 상실할 우려도 있다.
치루는 자연 치유나 약물 치료가 되지 않고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치루를 방치해 만성화되면 ‘복잡 치루’나 ‘마제형 치루’를 형성하거나 드물게 치루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때는 수술을 해도 재발하기 쉬우므로 치루로 진단받으면 바로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치루 수술은 고름이 나오는 치루관을 절개하고 염증을 일으킨 항문샘을 찾아 안쪽 구멍(내공)까지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내공을 제거하면 재발률이 1.8% 정도지만 내공을 제거하지 않으면 거의 100% 재발된다.
치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 주위를 청결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변을 본 후에는 휴지로만 항문을 닦지 말고 물로 씻어주는 게 좋다. 씻을 때는 비누 등을 사용하기보다 물로만 씻는다. 설사는 치루를 악화시키므로 설사가 심할 때는 지사제를 먹어 빨리 치료하도록 한다. 또 평소 지나친 음주를 삼가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동근 한솔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