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회 IB스포츠 부사장. |
‘피겨여왕’ 김연아(19·고려대)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한국 스포츠마케팅 성공사례로 첫 손에 꼽힌다. 대기업이 대회 타이틀스폰서를 하거나 유니폼에 기업 로고 넣는 게 전부였던 한국 스포츠마케팅에서 처음으로 아마추어 선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후원하면서 일약 대한민국 대표 상품으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개념 자체가 모호했던 일반인들에게 “스포츠마케팅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일깨워줬다.
구동회(45) IB스포츠 부사장은 이제 웬만한 피겨팬들에게 얼굴이 알려질 만큼 유명해졌다. 김연아를 ‘선수’에서 ‘브랜드’로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김연아가 세계 최고 실력을 가진 선수로 거듭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 부사장은 2007년 김연아가 세계피겨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딴 직후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다. 잠재력과 상품가치가 무한하다고 판단했다. IB스포츠는 당장 캐나다 전지훈련 프로그램을 짰고 톱클래스의 전담 코치와 안무가를 붙였다. 당시 훈련장조차 없었던 김연아에겐 더없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구 부사장은 또 한가지의 파격을 약속했다. 그는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에게 “3년 안에 100억원 벌어 드리겠다”고 장담했고 박씨는 “농담도 잘 하신다”며 웃어 넘겼다. 이제 내년이면 계약기간인 3년을 채운다. 구 부사장은 “구체적인 액수를 말할 순 없지만 약속한 금액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현재 삼성전자와 매일유업, LG생활건강 등 6개 TV 광고에 출연 중이다. KB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에서 후원을 받고 있고, ‘연아빵’ 등의 라이센싱, ‘연아다이어리’ 등의 상품개발(머천다이징)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IB스포츠는 김연아, 축구 기성용·정대세 등 선수 매니지먼트 외에도 대회 스폰서십, TV중계권사업, 아이스쇼와 같은 각종 이벤트 메이킹, 경기단체 대행업무 등으로 마케팅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성공적인 스포츠마케팅’이란 무엇일까. 구 부사장은 가장 먼저 “스포츠시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포츠마케터라면 시장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 어떻게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며 “당장 내가 돈을 벌 수 있더라도 이것이 전체 시장을 작게 만드는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경기력 면에서는 스포츠선진국이지만 마케팅에서는 너무 열악하다”며 “스포츠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좋은 선수와 코치가 나오고 이것이 다시 스포츠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인프라를 키우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 스포츠마케팅 시장도 다른 나라 못지 않게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