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있지만 불황을 겨냥한 틈새산업은 오히려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사회 분위기가 흉흉할수록 늘어나기 마련인 각종 생계형 범죄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비산업과 운세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산업은 경기가 후퇴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성장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실제로 민간보안업체 에스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96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49억원(6%) 늘었다.
회사 측은 "최근 불황으로 인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사람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영업점으로 걸려오는 상담전화가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범죄 발생률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한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9%를 기록했을 때 범죄 증가율은 11.16%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GDP가 8.5%, 9.2%씩 급성장하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섰던 1994년과 1995년 범죄 증가율은 각각 1.22%, 1.87%로 낮은 편이었다.
점증하는 사회불안은 경비업체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보안장비 제조업체 슈프리마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64억94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2.5%나 급증한 39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같은 업종인 아이디스의 매출액도 221억41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5.6% 증가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심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술인을 찾아가게 만든다.
서울 종로구의 한 사주카페에 따르면 최근 20~30대 손님이 크게 늘어나면서 매출도 평소에 비해 1.5배 정도 많아졌다.
한 사주카페 역술인은 "요즘에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기다리는 손님이 많다"며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실직자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취업운이나 재물운 등을 많이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직접 역술인을 찾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겨냥한 인터넷 운세사이트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비운닷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접속자수가 지난해보다 45% 가량 증가했다. KTF 등 이동통신사의 운세 콘텐츠 매출액도 올해 초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정도 늘었다.
경영컨설팅 업체와 시장조사 관련 업계도 불황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시장조사 및 경영상담업 지수는 지난해 12월 158.4(경상지수)로 1년 전보다 15.4% 증가했다.
이는 미래가 불투명해질수록 철저한 준비를 통해 사업 실패를 최소화하려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창업 컨설팅 전문업체 창업포스의 임양래 대표는 "생계형 창업과 관련해 문의하는 건수가 최근 15%가량 늘었다"며 "실직 등 고용불안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