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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당근 먹힐까…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당기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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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1. 21. 18:04

금융당국, 내부통제 체계 조기 도입
시범기간 컨설팅 제공·제재 조치 면제
준비 된 금융지주들 적극 움직임 보여
금융당국이 인센티브까지 내걸면서 책무구조도 마련에 힘을 쏟자, 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책무구조도 제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기조에 맞춰 주요 증권사들이 참여 의사를 나타내고 있지만, 그간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실을 제대로 갖춘 책무구조도가 나올지 의심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둘러 준비하는 과정에서 은행·지주에 제시한 기준을 사업 성격이 다른 증권업에 일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이 이사회를 거쳐 올해 4월 1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경우, 제출일로부터 7월 2일까지 내부통제 등 관리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시범운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고위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 위반에 대한 검토 및 제재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참여하는 회사들에 한해 인센티브까지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대해 점검·자문 등 컨설팅을 실시하고,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이 기간 동안 소속 임직원의 법령위반 등이 적발된 경우에도 관련 제재에 대해선 감경 또는 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조치는 결국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조기에 도입하고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증권사들도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을뿐더러 시범운영을 통해 미흡사항을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자기자본 10위권 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의 계획을 살펴보면, 먼저 미래에셋·NH투자·삼성·신한투자증권 등이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4월 1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정부 정책과 별개로 2월 중 시범운영에 나선다는 입장인데, 지난해 내부에서 1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리스크 관리에 솔선수범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국투자·메리츠·하나증권 등은 구체적인 시기를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고, KB증권과 키움증권은 상반기 중으로 제출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로서 기존 제출일이였던 7월 2일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대신증권 뿐이다.

업계에선 정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채 안됐으므로 다수의 증권사가 시기를 검토 중이겠지만, 결국 지주 계열사들이 필두가 돼 당겨진 시기에 맞춰 책무구조도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주와 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해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비교적 준비하는 시간이 짧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계열사로 증권을 두고 있는 지주들 중에서는 신한·하나·KB·NH·DGB·메리츠 등이 작년 하반기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시범운영에 참여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인센티브와 함께 제출 기한이 앞당겨지면서 초래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들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이 은행·지주와 조직 구조를 비롯해 영위하는 사업이 다르기 때문에 은행과 지주에서 내놓았던 기준을 금융투자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선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책 발표 내용을 보면 증권사들 간의 경쟁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며 "이렇게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면 증권사들마다 부담을 느끼게 되고, 실제 짧아진 제출 기간 안에 임원 별로 책무를 배분하고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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