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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유토피아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신작 20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신작은 자아 인식의 혼란과 문화적 갈등에서 비롯된 불안정한 정체성을 예술로 극복하려는 작가의 시도를 담고 있다.
16살에 인도로 유학을 떠난 박 작가는 이후 인도, 미국,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유목민적인 삶을 살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방인으로서 소속감의 부재, 문화적 충돌, 그리고 인종차별을 경험하며 혼종적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다. 자신의 예술을 "문화적 갈등을 치유하고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다양한 문화와 인종의 경계를 넘어 조화를 이루는 기억의 순간들을 작품에 담고 있다.
박 작가의 캔버스에는 인도에서 현지인들과 함께한 일상적인 경험,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의 예술가들과 어울렸던 기억, 석호에서 느꼈던 자연과의 교감 등이 다차원적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특히 어린 시절 할머니 댁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며 느꼈던 불의 에너지는, 이후 미국 미시간 옥스보우 레지던시에서 유리 공예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경험을 통해 다시 떠올랐고 그의 작업에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또한 인도 갠지스강에서 목격한 화장 의식은 불의 정화와 초월적 의미를 떠올리게 하며 그의 작업에서 불이 가진 상징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작가는 이처럼 강렬한 기억의 장면들을 소재로 가져와 연결하고 확장하며, 다채로운 색감과 입체적인 구성으로 자신만의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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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박 작가의 작업은 다문화 시대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관점을 연결하며, 차별 없는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아가 인종과 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화합과 연대의 메시지를 통해 조화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