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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팬이라면 '노스페라투'란 제목이 꽤 낯익을 것이다. 1922년 개봉한 독일 표현주의 공포 영화의 고전으로, 무르나우 감독이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원작자의 허락 없이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이 때문에 소설속 '드라큘라'는 '올록'으로, '미나'는 '엘렌'으로, '조나단'은 '토머스'로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이 모두 바뀌었지만 줄거리는 '드라큘라'와 거의 동일하다. 당시 스토커의 유족은 '노스페라투' 제작진을 상대로 무단 도용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모든 필름이 폐기된 와중에 미처 소각되지 않은 단 한 개의 필름이 영화사의 걸작으로 살아남게 됐다고 한다.
15일 개봉하는 '노스페라투'는 1922년작의 두 번째 리메이크작이다. 1979년 독일의 '거장'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 브루노 간츠·이자벨 아자니 주연으로 첫 번째 리메이크작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노스맨'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로버트 에거스 감독이 클래식의 재해석에 다시 도전했다.
카메라 구도와 조명, 세트 디자인 등 미장센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최근 6개월 동안의 극장 상영작들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 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대부분의 장면은 흑백과 컬러의 경계선상에서 스멀스멀 등을 타고 올라오는 공포와 함께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여기에 더해지는 배우들의 호연은 작품의 품격을 끌어올린다. 이들 중 '엘렌' 역의 릴리 로즈 뎁은 단연 발군이다. 공포의 주체와 객체를 자유롭게 오가는 연기는 아버지 조니 뎁의 전성기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정말이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