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보유 비중 5%↑, 주주 압박에 소각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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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종가는 1004.88으로 지난해 11월 8일(1005.74) 이후 처음으로 1000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2521.90으로 마감하며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더해, SK하이닉스 등 우량종목의 실적 발표 시즌과 맞물리며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가장 우량하다 손꼽히는 105개 종목으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인 지수의 흐름은 지지부진했던 만큼, 상승세가 중장기적인 흐름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정식 산출 첫날인 지난해 9월 30일 992.13 종가로 마감했던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같은 해 10월 15일 1023.83까지 오른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특히 총 68거래일 중 1000선에서 장을 마감한 것은 22거래일(32.4%)에 불과했다.
월평균 종가 역시 지속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평균 1006.32였던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11월 974.91로 3.1% 떨어진 뒤, 12월 962.07로 1.3% 더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올해 들어서는 9일까지 평균 982.60로 오르기는 했으나, 아직 6거래일간의 지표인 만큼 월평균 상승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는 점이 밸류업 지수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 등에 따라 상장법인의 자사주 거래가 증가한 상황 속 자사주가 주주환원 목적으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시행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권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18조8000억원으로, 전년(8조2000억원) 대비 2.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사주 소각 규모 역시 4조8000억원에서 13조9000억원으로 2.9배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자사주 취득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인식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가 대주주의 재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되는 등 문제점이 제기돼 왔던 것을 보완한 조치다.
개정 시행령은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인 경우, 자사주 보유 현황과 보유 목적 및 향후 처리계획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공시해야 한다. 또 자사주 처분 시에도 처분 목적 및 처분 상대방과 선정 사유,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으로 자사주와 관련된 공시가 강화돼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의 미비점에 대해 주주의 요구가 강화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자사주를 추가로 소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사주 비중이 높고 업종 대비 저평가된 데다 낮은 배당성향을 보이는 기업의 경우 소각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제도 개선 흐름과 맞물려 밸류업 지수 기업이 시장에서 재평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향후 주가 흐름이 긍정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