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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장성과 지속성 개선이 시급하지만 개혁이 멈춰 있다. 지난 4월 국회가 만든 시민 공론화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이를 거부하고 지난 9월 정부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연금액이 수천만원 이상 삭감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를 더 빨리 올리는 정부안에 사회적 반발이 크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정국까지 더해져 국회는 개혁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 삶과 직결된 국민연금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다. 지난해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62만원에 불과해 노후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다. 노인 10명 중 6명이 가난하다. 연금 지속성도 부족하다. 2041년 적자로 돌아서 2056년 기금 적립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국회는 사회적 합의 결과인 시민 공론화위원회 결론을 토대로 조속히 개혁 논의에 나서야 한다. 공론화위원회 결론은 국민연금을 모은 주체인 국민들이 자신들 노후가 걸린 개혁 논의에 직접 나서 숙의를 거쳐 스스로 결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공무원연금을 받는 정부 고위관계자나 사학연금을 받는 교수들이 아닌 국민들이 자신과 직결된 문제를 숙론을 거쳐 스스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공론화위원회 결과는 중대하다.
21대 국회는 연금특위와 산하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네 차례 숙의 토론회를 거쳐 지난 4월 공론화 최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492명 시민대표단 가운데 56%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늘리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택했다.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재정안정안보다 13.4%포인트(p) 많아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연금특위와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와 전문가들이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으로 갈라져 십수년 간 연금 개혁 방향을 결론 짓지 못했던 상황에서 국민연금 주체인 시민 뜻을 묻기 위해 정부여당도 합의해 진행했다.
재정 안정성을 높이고 미래세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역할도 확대 필요성이 있다. 국회에 따르면 2036년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 1.25% 국고를 국민연금에 지원하면 기금은 항구적으로 유지된다. 스웨덴은 양육·군 복무 등 크레딧 인정 및 최저보장연금, 소득비례연금의 보충연금(IPT) 지급 비용 전액을 국고로 충당한다. 독일은 출산·양육 등 크레딧 인정과 저연금자에 대한 보충연금 등 지급 비용을 국고로 충당하며 2022년 연금 수입 중 국고보조금 비중은 22.7%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기금 1191조원 중 국고보조금은 7440억원으로 전체 기금의 0.006%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