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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칼럼] 트럼프 재등장과 한반도 안보지형 변화 전망: 시나리오 I,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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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10. 18:08

우크라이나전쟁 끝나면 북한의 대남 공세 강화 예상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의 핵 군사력 고도화 우려
남북한 간 군사적 세력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대비
비상시국이지만 北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차단에 외교력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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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반도 안보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통해 대북 억지력(deterrence)을 강화하려고 노력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미북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대북 관여(engagement)를 통해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더욱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고, 특히 거래 위주로 동맹을 관리한다. 예컨대 동맹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하지 않으면 미국이 앞으로 그 나라의 안보를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4년 전에 비해 한반도 안보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고체ICBM과 전술핵잠수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1만여 명의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였다. 앞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반도 안보지형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1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 시나리오: 트럼프는 취임 후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트럼프 외교는 신뢰를 잃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에 전력투구할 것이다. 이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의 종전 제안을 기다리겠다고 호응하였고,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도 "내년에 전쟁을 종결시키겠다"고 천명하였다. 그런데 트럼프의 종전 안은 기본적으로 영토와 평화를 맞교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을 인정해 주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장하고 전후 재건을 약속하는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에 합의하면 북·러는 쾌재를 부르게 된다. 전쟁 조기 종결을 통해 북·러는 사상자를 줄일 수 있고, 피폐해진 경제를 복구해 나갈 수 있다. 종전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군사적, 외교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 뻔하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되었던 북한이 푸틴을 등에 업고 핵 위협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군사 기술을 전수받아 핵무기 대량생산과 군사위성 및 ICBM의 고도화에 성공하여 실전에 배치하는 경우, 한반도의 안보지형은 북한에 유리하게 변할 것이다. 한국이 대북 3축 체계(킬 체인, 미사일 방어, 대량응징보복)를 완성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나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중국 이외의 군사적 위협에는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의 요구를 들어 줄 가능성은 매우 적다. 오히려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일부를 대만 인근의 필리핀 등으로 재배치하려는 의사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2 미북 정상회담 재개 시나리오: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더라도 트럼프는 한반도보다 중국이나 중동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철수, 이란을 비롯한 중동의 대미 적대세력에게 북한 무기 제공 차단 등을 위해 조기에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에는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앞으로 2년 이내에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으면 성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미북 정상회담을 뒷바라지한 알렉스 웡 전 대북정책특별부대표를 국가안전보장회의 부(副)보좌관으로 임명하였다.

벌써 북한은 대미 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대미협상을 해 본 결과 "미국의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2018~2019년과 같은 비핵화 협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며, 미국과 협상하더라도 몸값을 올리려는 것이다. 대미협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얻어내려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 확보, 대북 제재 해제 등이다. 과연 트럼프가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들어 줄 수 있을까?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이나 핵잠수함 개발을 포기하고, 핵무기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를 미래의 과제로 넘기고 핵 동결 수준에서 타협할 여지가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더욱이 김정은은 남북한을 "적대적 2개 국가"로 규정했기 때문에 미북협상에서 한국을 철저히 배제시키려고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을 차단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미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 등이 나오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비록 지금 비상시국이고 외교에 어려움이 없지 않겠지만 외교·안보 담당자들은 이에 흔들림 없이 미북협상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김용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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