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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하 현지시간)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5~27일 개최되는12월 임시국회 의안에서 2025년 예산안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정부 요구로 열리는 임시국회에선 의안에 포함된 법안의 처리만 가능해 내년도 예산안의 의회 심의와 의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9월 2025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긴축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지금까지 처리되지 않았다.
국가경제의 큰 그림인 예산안의 의회 처리 불발은 밀레이 정부 출범 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2년 연속 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건 아르헨티나 건국 이후 전례 없는 초유의 일이다.
아르헨티나에선 예산안의 의회 의결이 불발한 채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법률에 따라 전년 예산안의 효력이 자동으로 연장된다. 2023년 예산안으로 2024년 국가살림을 꾸려온 아르헨티나 정부는 2025년에도 이미 한 차례 효력이 자동 연장된 2023년 예산안으로 국가경제를 운영해야 한다. 행정부는 긴급대통령령이나 행정명령으로 그때그때 부문과 항목별 예산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정부로선 유연하게 예산을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2023년 대선 때 전기톱 퍼포먼스를 펴며 병든 아르헨티나 경제의 치유법으로 강력한 긴축을 제시한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예산안을 놓고 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2023년 12월 임시국회에서 예산안 처리가 불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재정적자 제로(0) 예산안을 원했지만 전임 정부가 의회에 제출해놓은 예산안은 적자예산이었다. 정권교체 전 적자예산을 제출한 당시 경제장관은 대선에서 밀레이 대통령과 격돌한 좌파 페론당의 세르히오 마사 대선후보였다.
올해도 밀레이 정부는 예산안을 놓고 야권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연방정부의 긴축으로 교부세가 확 줄게 되자 야권 주지사들이 크게 반발했다. 주지사는 야권 실세인 경우가 많아 주지사가 반대하면 절대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예산안의 합의처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은 하원 257석 중 37석, 상원 72석 중 2석을 갖고 있다.
현지 언론은 "지난 9월 예산안을 제출한 후 정부여당과 야권이 조율을 위해 접촉을 이어왔지만 평행선을 달려왔다"며 긴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밀레이 정부가 협상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야당 페론당은 밀레이 정부의 방침을 성토하고 나섰다. 이미 골동품이 된 2023년 예산안을 또 예산운영의 기본 틀로 사용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다니엘 아로요 하원의원(페론당)은 "2023년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된 건 2022년 9월이었다"며 "당시의 경제와 지금의 경제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외면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레이 정부가 임의로 예산을 쓰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야권은 "2023년 예산안을 연장한 올해 행정부가 2개월 만에 예산으로 다 써버리고 3월부터는 임의로 예산을 꾸려왔다"며 정부가 입맛대로 예산을 잡고 지출을 집행하는 일이 2년 연속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3년 예산안의 예산총액은 40조 페소, 올해 11월까지 밀레이 정부가 집행한 예산총액은 95조 페소였다. 대통령령과 행정명령으로 55조 페소(약 543억 달러)를 임의로 예산을 끌어다 쓴 셈이다.
한편 밀레이 정부는 야권의 이런 주장에 대해 "야권이 재정지출 축소와 흑자예산 처리에 협조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