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수년간 정유업계는 기본급의 1000%, 즉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성과급으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는 등 에너지 공급 불안정 덕에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했고, 정유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죠.
잔칫집 같던 분위기도 잠시,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정유사 이익의 기반이 되는 정제마진이 2022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9월엔 정제마진이 배럴당 평균 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바닥을 찍었습니다. 정유업계가 꼽는 손익분기점까지 떨어진 것이죠.
이 때문에 3분기 실적이 확인된 이후에는 성과급이 아예 안 나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유 4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한 탓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부문에서 616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에쓰오일(-5737억원), GS칼텍스(-5002억원), HD현대오일뱅크(-2634억원)까지 모두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들의 손실규모를 합치면 거의 2조원에 육박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마진이 떨어져도 가동을 지속해야하는 장치산업이라 대외 환경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성과급 취지가 이익을 임직원들과 나누자는 것인데, 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지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성과급이 1000%에서 0%로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 경기에 민감한 정유업계의 특징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옆 동네, 화학 업계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간 원유 가격 등과 함꼐 등락을 거듭하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수년간은 불황에 시달리며, 회복 기조가 난망합니다. 중국의 공격적 증설과 공급 과잉으로 손실이 이어지는 탓이죠.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합니다.
그에 비하면 정유업계의 사정은 아직 낫습니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은 탈탄소 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사업에도 속속 도전하면서 선제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나서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앞서 직원들에게 지급한 대규모 성과급은 정유업계가 직면한 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하는데에 동참해달라는 읍소일지도 모릅니다. 당장의 '상대적 박탈감'이 들더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는 더 큰 성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