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현상·지리적 거리 등 이유 일본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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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10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앞. 한 손에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등에 맨 채 공항 안으로 들어선 이들의 얼굴에는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이 묻어났다. 공항 안은 체감 온도가 영하권에 머문 바깥 날씨와 정반대로 출국을 서두르는 이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이날 출국길에 오른 정수민양(19)도 모처럼 가족들과의 여행에 한껏 들떠 있었다. 정양은 "수능이 끝나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고민하던 중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을 택했다"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유럽 같은 먼 나라는 가지 못하지만,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 6명과 일본 오사카로 떠나는 김선민씨(21)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김씨는 왕복 항공료가 30만원도 채 되지 않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여행지를 일본으로 정했다. 김씨는 "왕복 항공료가 23만원으로 나온 일본 오사카행 티켓을 발견하고 예약을 서둘렀다"며 "국내와 일본에서 여행할 때 드는 비용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이번엔 일본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어머니와 단둘이 일본 여행을 떠나는 허성빈씨(30)도 "지리적으로 가깝고 엔저 현상으로 일본을 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 현상(일본의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으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과 일본 오간 사람이 2000만명을 돌파,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일본 여행의 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사이 한국과 일본 노선을 이용한 항공 승객 수는 2056만6186명(출발·도착 합산)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47만3315명) 대비 32.9% 증가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항공업계는 이 같은 일본 여행 열기의 배경으로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엔저 현상을 꼽는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엔저 현상으로 국내와 비교해도 저렴하게 여행과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이날 3시간 동안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만난 공항 이용객 80명 가운데 70% 이상이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엔저 현상', '지리적 거리' 등을 이유로 일본 여행을 택했다.
회사 동료들과 일본 북해도로 떠나는 서희숙씨(64·여)는 "(일본은) 우선 가깝고 엔화가 저렴해 부담 없이 갈 수 있다"며 "제주도로 가볼 생각도 해봤지만, 물가가 비싸고 '제주도 갈 바엔 일본 간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와이파이 도시락'을 빌려주는 정다희 ㈜와이드모바일 총괄 매니저는 "와이파이 대여를 위해 방문하는 10명 중 7명이 일본으로 떠나는 사람"이라며 "일본 여행 붐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국내에만 머물러 있던 여행객들이 해외로 나가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졌다"며 "특히 일본은 중국의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엔저 현상과 1~2시간 내에 갈 수 있는 해외라는 점으로 큰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