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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에선 페이스북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베트남공화국의 국기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거나 앞에서 양손으로 X자 모양을 취하는 등의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앞에서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고 "졌으면 조용히 하라"는 문구를 붙인 인증샷도 올라왔다.
이달 1일 베트남 하노이시 남뜨리엠군에 새롭게 문을 연 군사역사박물관에 베트남공화국의 국기가 걸린 채 전시되자 박물관을 찾은 젊은이들이 이를 조롱하는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인증샷 행렬에 동참한 A씨(20)는 11일 아시아투데이에 "반동(베트남공화국)의 깃발이 걸려 있다는게 싫었다. 우리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할 것이라 생각해 그런 것"이라 이유를 밝혔다. A씨를 비롯한 다수의 젊은이들은 이것이 애국심을 표현하는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 세 줄이 그어진 이 깃발은 1955년부터 1975년까지 남베트남에 존속했던 베트남공화국의 국기다. 1975년 4월 30일 사이공(현 호찌민시)이 함락된 후 오늘날 베트남에선 이 깃발은 금기시 되고 있다.
이같은 인증샷을 두고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왜 베트남공화국의 국기를 걸어놓느냐. 전시할 가치가 없다, 화장실 앞 발닦개로 쓴다면 모를까"하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선 "고통스러웠던 역사 이후 화해나 화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거나 "존중도 품위도 없는 저런 행동을 애국심으로 포장해선 안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박물관 측은 당초 걸어놨던 해당 깃발을 현재는 접어서 '괴뢰 깃발'이란 설명과 함께 전시해놓고 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도 "박물관 측에서 증오와 분열을 선동하는 것"이란 비판과 "깃발이 이제야 제대로 대우를 받는다"며 걸어놓을 가치가 없었다는 비아냥 섞인 환영이 공존하고 있다.
오늘날 베트남 사회는 이 깃발에 대해 강한 심리적 거부감을 보인다. 월남이 패망한지 50년이 지났지만 깃발을 둘러싼 또 다른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월남 패망 이후 미국으로 탈출해 사회를 형성한 보트피플들 가운데 일부는 오늘날 베트남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베트남공화국의 깃발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케이팝스타인 뉴진스의 멤버이자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팜 응옥 헌)도 호주의 가족들이 문제의 월남 국기를 걸거나 관련 행사에 참석해 지지를 드러냈다는 주장이 퍼지며 베트남 내에서 뉴진스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2021년에는 호주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 고등학생이 호주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베트남공화국의 깃발을 짓밟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베트남에선 베트남공화국의 국기를 사용하는 이들을 '세 막대기'라거나 '반동분자'라며 경멸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나 호주의 베트남인 공동체의 요청을 받아 초청공연에 참석했던 유명 연예인들이 해당 행사장에 베트남공화국 국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네티즌들에 의해 최근까지도 자신이 얼마나 애국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역설하며 사과하는 호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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