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선뒤집기 이후 경비 강화
트럼프 지지자 벌써 압승 주장
애리조사 개표소 요새처럼 보호
선거사무소 방탄유리·비상버튼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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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초박빙으로 진행된 선거에서 만일의 폭력사태에 대비하고 선거당일 발생할 수 있는 악몽의 시나리오와 잠재적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전역에 걸쳐 공무원들은 개표소 등 선거관련 건물의 안전 확보를 위해 개표원들을 위한 비상버튼을 설치하고, 긴급 대응팀을 대기시키고 거리에는 추가 순찰 요원을 배치하고 있다. 네바다와 워싱턴에서는 소요사태에 대비해 주 방위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주 전체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애리조나의 국무장관은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안이 강화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와 관련된 음모론을 퍼트리면서 '선거 탈취를 막아라(Stop the Steal)' 집회에 수천 명을 동원했고, 이는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 난입사태로 이어졌다. 당시 트럼프는 선거결과 인증을 막으려고 시도했고, 이후 연방과 주 법원에서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 기소됐으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벌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 혁신·연구 센터 이사인 데이비드 베커는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할 것으로 보이면, 지지자들이 느낄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며 "사기꾼들이 그 충격을 폭력 선동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안 대책은 개표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애리조나와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 주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개표중단을 시도했던 애리조나의 마리코파 카운티가 대표적이다. 피닉스 시내에 있는 개표소 건물은 요새처럼 보호된다. 직원들은 실시간으로 소셜 미디어를 모니터링하고 드론을 띄워 잠재적 위협을 감시할 계획이다. 카운티 보안관은 약 200명을 동원해 24시간 주변을 순찰하고 필요할 경우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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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감시자들은 뚜렷한 승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투표 집계가 지연될수록 극단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력으로 반응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2020년 대선 때는 주요 TV네트워크들이 바이든의 승리를 선거일 5일 후에야 예측 발표했다.
의사당 공격에 참여했던 '프라우드 보이즈'나 반정부 민병대 같은 조직적인 세력들이 가장 큰 위협이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 일부가 자경단 식의 행동에 나설 위험도 있다.
투표 당일을 사고 없이 넘기더라도 12월17일 각 주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주 의사당에 모여 선거인단 투표를 실시하는 날 역시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2020년에는 트럼프 캠프가 자신이 패배한 여러 주에서 선거인단을 모아 승리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런 주 중 하나이며 경합주이기도 한 조지아에서는 주 의사당 주변에 보안 펜스가 설치됐다. 애리조나에서는 일부 시설 문에 자물쇠를 강화하고 카메라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기준 우편 투표와 사전투표 참여자가 70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선관위 공무원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렇게 높은 사전투표율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